나들이 갔다 돌아오는 차량으로 꽉 막힌 고속도로.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버스전용차선으로 달려 나간다. 눈치를 보던 차량 한두 대가 그 차를 뒤따르고, 점점 차들이 늘어난다. 정체 지역에 갇힌 차량의 운전자들은 이쯤 되면 “경찰은 다 어디 갔느냐”고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젠가부터 법을 제대로 지키면 바보가 된다. 심지어 법을 제대로 지켜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가진 자를 존경하기보다는 색안경을 끼고 보려는 이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성공한 자에게 관대하다는 학습 효과는 방법과 수단보다 결과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삐뚤어진 법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일부에서는 왜 돈 없고 백 없는 나에게만 그러느냐는 법 저항심도 팽배하다. 최근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한 무차별 성범죄가 발생하면서 웹하드·P2P가 또다시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경찰이 전국 250개 웹하드 업체를 상대로 전수조사 카드를 꺼냈다. 웹하드 업체들이 또다시 동네북이 됐다.
웹하드 기업은 내심 억울함을 호소한다. 정부 요구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은 한다고 항변한다. 불법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기술 조치를 취했고, 24시간 단속하는 요원도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회사별로 두 명씩 뒀다는 게 요지다. 특히 지난 5월 20일부터 시행된 웹하드 등록제에 따라 등록을 마친 업체들은 비등록 업체를 상대로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7월 말 기준 등급 기업 수는 107개로 전체의 40%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영업하거나 기획형으로 웹하드를 운영해 사회문제가 발생하지만 이들의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범죄 행위를 막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관리와 유지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뒷북 단속만을 능사로 아는 정부부처는 `악화가 양화를 쫓아낸다`는 그레셤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김원석 콘텐츠산업부 차장 stone201@etnews.com
-
김원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