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특유의 혁신은 없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다.”
13일 새벽 공개된 아이폰5에 대한 아이폰 사용자들의 공통된 느낌이다. 전작에 비해 시대를 이끄는 혁신성은 퇴보했지만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있다. 롱텀에벌루션(LTE) 시장으로 영역도 넓혔다. 아이폰4 출시 때에 못 미치더라도 만만치 않은 파급력을 지녔다.
◇2% 부족한 아이폰5
아이폰 시리즈가 지금 자리에 오른 한 것은 애플만의 생태계와 서비스 전략이다. 앱스토어를 비롯해 아이메시지에서 아이클라우드, 페이스타임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는 아이폰을 스마트폰 그 이상 반열에 올려놓았다.
아이폰5엔 이러한 `플러스 알파`가 눈에 띄지 않는다. 팀 쿡 애플 CEO는 “가장 강력한 제품”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이폰 후속 모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소비자를 끌어들일 무기도 없다. iOS6 업그레이드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으로 이어지는 애플 플랫폼은 강화된다. 이미 비슷한 안드로이드폰을 버리고 아이폰으로 옮겨갈 이유가 부족하다. 하드웨어 성능을 보완했지만 앞서 형성된 최상위 스마트폰 제품군을 능가하는 `괴물폰`까지 나아가지 못한 점도 향후 판매 확대에 걸림돌이다.
◇애플 마니아 지지 유효
매 분기 3000만~4000만대씩 발생하는 아이폰 수요는 아이폰5 흥행을 보장하는 든든한 기반이다. 아이폰5는 애플만의 단순하면서 간결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세로 길이는 늘어났지만 가로 길이는 아이폰4S와 동일하다. 두께는 7.6㎜에 불과하다.
아이폰4 이후 정면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해 디자인에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애플 매니아를 흡수하기엔 손색이 없다. 발표회가 열린 샌프란시스코 예바부에나센터에서 직접 제품을 접한 이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국내외 투자기관도 이 점을 높이 샀다. 모건스탠리는 아이폰5 효과에 힘입어 애플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증권은 출시 첫 주에 1000만대 이상 출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아이폰5가 전작 인기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변수 극복이 성공 관건
삼성전자와 진행 중인 특허공방, 거듭되는 폐쇄성에 등 돌린 소비자 동향 등은 아이폰5 흥행 변수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난 여론은 안방인 미국에서도 확산됐다. 향후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애플로서는 큰 부담이다.
애플만의 독창성이 자칫 폐쇄성으로 이어져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아이폰5 커넥터를 기존 30핀에서 8핀으로 교체했다. 앞서 30핀 방식도 애플 기기에만 적용됐다. 새 8핀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신규 사용자는 물론 기존 애플 기기 사용자도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품 슬림화와 편의성을 위한 진화라는 게 애플 설명이다.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애플에 사용자는 피로감을 느낀다. 아이폰5가 애플 생태계를 넘어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서 맹위를 떨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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