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경기, 벤처캐피털 투자가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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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기업투자가치) 차이가 좁혀졌다.” “L자형 경기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벤처캐피털업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투자 시점이라는 소리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벤처캐피털 투자가 오히려 속도를 낸다. 침체를 만회하겠다는 분위기다. 상반기, 특히 1분기엔 벤처캐피털과 벤처 기업끼리 투자 시각차가 컸다.

벤처캐피털은 경기 불확실성으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경기를 반영해 투자가치를 낮췄다. 벤처기업은 반대였다. 스마트 혁명 속에 스타트업 창업 열기에, 페이스북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가 오히려 가치를 올렸다. 합당한 가치를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결과는 투자 급감으로 이어졌다. 1분기 투자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69% 수준에 그쳤다. 일각에선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8671억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2분기 서서히 살아난 투자가 하반기에 힘을 낼 태세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한 6월 투자 규모는 12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129억원을 넘었다. 7월도 891억원으로 작년 동월(912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투자 비수기인 8월을 지나면서 벤처캐피털업계는 투자 준비에 한창이다.

요인은 많다. 무엇보다 자금이 탄탄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통계를 보면 7월 말 기준으로 펀드약정(결성) 총액이 9조3520억원이다. 벤처캐피털 투자잔액(규모)은 3조8064억원으로 차이가 5조5500억원에 달한다. 해산 펀드를 제외한 것이다. 고유계정(회사 자체 투자) 실적은 포함됐다.

지난해 말 결성총액(9조4656억원)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2009년(6조5790억원)과 2010년(7조6185억원)과 비교해 2조원 안팎 많다. 업계 말로 `총알(투자자금)`이 넘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중소기업청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벤처투자에 1000억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은 아니지만 인센티브로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도한다. 이병권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투자하지 않은 벤처자금이 꽤 있다”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중에 자금이 풀려야 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모태펀드 출자 펀드 선정 시 투자소진율이 높은 벤처캐피털과 펀드 미투자 잔액이 적은 벤처캐피털을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 간 투자가치 차이가 줄어든 것도 투자 활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투자자는 경기가 하락하거나 주가가 내리면 그 내용을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하지만 벤처기업 반영엔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근 협상할 때 벤처기업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어느 정도 일치를 보는 단계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불경기에 투자해 호경기에 회수하는 게 벤처 투자 정석”며 “연말 대선 후 벤처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있어, 앞으로 투자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올해 벤처캐피털 투자규모가 지난해 수준(1조2608억원)은 밑돌지만 2010년 수준(1조910억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했다. 중기청은 모태펀드가 투자한 벤처펀드에서의 올해 투자규모가 1조66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표】올해 벤처투자 추이(단위:억원)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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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