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5%에 그친 국제 표준특허 확보 비율을 5년 내 5%로 확대한다. 인력 양성을 포함, 종합 지원대책도 마련해 연말에 발표한다. 우리나라 국제 표준특허 확보 수준이 특허강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해 향후 막대한 로열티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경고에 대한 후속 조치다.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 3.5%인 국제 표준특허 점유율을 2016년 5.0%로 높이기 위해 민간 지원정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3.5%는 △ISO(국제표준화기구) △IEC(국제전기표준회의) △JTC1(ISO와 IEC 정보기술 표준 조직) △ITU(국제전기통신연합)-T(통신표준화 부문) △ITU-R(전파통신부문) 5곳에서 우리나라가 확보한 평균 표준특허 비율이다. 우리는 ISO 3건, IEC 34건, JTC1 155건, ITU-T 75건, ITU-R 34건 등 총 301건의 표준특허를 확보했다. 5개 기구의 지난해 말 전체 표준특허는 8703건이다. 기술 경쟁국인 미국·일본은 6월 말 현재 ISO에 각각 142건(미국), 273건(일본), IEC에 각각 974건(미국)과 172건(일본)의 표준특허를 보유한다.
정부는 대책 수립에 앞서 정책 연구에 착수했다. 표준특허 확보가 산업·연구·학계 자발적으로 장기간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정부가 나서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위배되는지를 확인한다. 표준특허를 늘리기 위해 우리가 강점을 지닌 전략 특허 분석도 진행한다. 기업·대학·연구계가 국제학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멤버를 설득할 수 있도록 인력과 출장비 등 소요비용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대기업에서 표준특허 확보 경험·노하우가 있는 인력이 중소·중견기업에서 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변리사 등 전문가 대상 표준특허 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업계는 표준특허 확보를 위해 특허 분야 국가 위상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사장은 “표준특허는 사실상 국가 간 `파워 싸움`으로 결정된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끌고 나가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며 “정부는 국가 특허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석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표준특허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정책적 관심과 지원은 없었다”며 “범용성이 강하고 기술성이 뛰어난 특허가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표】우리나라 주요 기관 표준특허
※자료: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난해 말 기준)
국제 표준특허=국제 공식표준으로 정해진 기술 구현을 위해 필요한 특허다.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로열티 수익이 발생한다. 특허 시장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 국가 기술무역수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예컨대 EU 기업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표준특허를 대거 보유했다. 우리나라 로열티 부담이 크다. 최근 기업간 특허분쟁은 표준특허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특허괴물(Patent Troll) 등 특허관리전문회사를 중심으로 표준특허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