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성시대다. `창직` 용어가 흔하게 들린다. 청년이 스타트업에서 꿈과 미래 실현에 나선다. 스타트업에 중요한 건 `사람(기업가)`이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 뒤를 쫓아다니는 단어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청년 창업가에게 가장 많이 요구한다. 하지만 명확한 개념이 안 잡혀 있다. 혹자는 `도전`을 얘기한다. `혁신`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신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기업가정신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을 주제로 이유택 보스턴대 경영대 교수와 제임스 후프스 뱁슨대 비즈니스 윤리학 교수의 특별 대담을 가졌다.
◇이유택(보스턴대 교수)=스타트업 창업가에게 기업가정신을 많이 요구한다. 후프스 교수는 기업가정신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
◇제임스 후프스(뱁슨대 교수)=일부는 `창조자(Creator)`라고 하는데 나는 `초심자(Beginner)`에 초점을 두고 싶다. 경험은 없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의지 그 정신이다.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는 가운데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가는 과정이다.
◇이유택=동의한다. 두 가지로 정리하고 싶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것을 실행해야 하고 여기에는 리스크(위험)와 불확실성이 있다. 그래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한 가지 더 강조한다면 `액션(실행)`이다.
◇제임스 후프스=생각은 중요치 않다. 정말 중요한 게 시작하는 것이다. 뱁슨대 학생에게 이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2주일 만에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유택=청년창업가에게 기업가정신이 강조된다. 그 배경을 어디에서 찾는가.
◇제임스 후프스=경험이 부족한 청년 창업가일수록 실천이 중요해서일 것이다. 청년은 아이디어가 많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이다. 그래서 위험도 크다. 그럼에도 아이디어·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해야 한다. 만약 대기업 종사자라면 쉽지 않다. 청년이기 때문에 잠재성이 크고 그런 측면에서 기업가정신이 강조된다.
◇이유택=청년 기업가정신에서 비즈니스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도 강조돼야 한다. 둘 다 의미가 크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청년 창업가도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제임스 후프스=정확한 지적이다. 청년창업가가 계속 사업을 누리기 위해서는 선순환 발전이 필요하다.
◇이유택=기업가정신이 과연 교육으로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제임스 후프스=흥미로운 이슈다. 1978년 강단에 처음 설 당시에는 기업가정신을 주입하기 힘들다고 봤다. 지금은 아니다. 교육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도록 할 수 있다. 모든 비즈니스 능력을 교육으로 가르칠 수 있다. 경영·마케팅·금융 등에서 어떻게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안다. 확실히 교육으로 가능하다.
◇이유택=조직을 이끌고, 비즈니스를 실천하는 데 교육이 분명 일조한다. 더 좋은 판단을 내리고 더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교육이 도움을 준다. 뱁슨대 기업가정신 교육시스템이 궁금하다.
◇제임스 후프스=1학년 때부터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 핵심은 창의력이다. 팀을 만들고 각자 CEO가 된다. 유통도 하고, 물건도 만들고, 금융거래도 해봐야 한다. 각각 비즈니스 케이스를 밟아야 한다. 교수는 그 과정에서 이론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실무는 학생이 경험으로 터득한다. 마지막에 사회 기부를 가르친다. 창출한 가치를 나눔으로써 행복을 느끼도록 한다.
◇이유택=기업가정신은 궁극적으로 사회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 기업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제임스 후프스=옳은 지적이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다. 젊은 기업가는 기업가정신이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춰 안타깝다.
◇이유택= 기업가정신이 어떤 부류의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지 궁금하다. 미국인과 한국인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제임스 후프스=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겠지만 한국인은 일을 열심히 하긴 하지만 창의적이고 독특한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 가끔은 엉뚱하게 남과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게 부족하다. 이는 미국인의 이기적 성격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인은 자기 생각이나 불만을 주저 없이 말하고 생각을 밝힌다. 한국은 그런 면이 부족한 것으로 안다.
◇이유택=흥미롭다. 사회적 환경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국에서는 교육시스템이 평균적인 사람을 요구해서일 듯싶다. 한 가지 방향으로만 가는 것을 요구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인은 하드워크(Hard work)를 스마트워크(Smart work)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도 역시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제임스 후프스=미국에선 `혹독하게 일하지 마라, 현명하게 일하라(Don`t work hard, Work smart)`란 말이 있다. 한국에서 그동안 하드워크를 했다면 이제는 스마트워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유택=산업적으로 봐야 한다. 한국은 제조업이 강한 반면에 서비스업은 약하다. 강점을 지닌 제조업은 하드워크 결과물이다. 이제는 스마트워크로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여 지식경제로 발돋움해야 한다.
◇제임스 후프스=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제조업을 버려서는 안 된다. 제조업이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에서 반성하는 부분이다.
◇이유택=자녀에게 기업가정신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논해보자.
◇제임스 후프스=`모노폴리(Monopoly:주사위를 굴려 말을 움직이며 부동산과 빌딩을 사들이는 게임)`와 같은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도움을 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에게 창의력 그리고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게임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유택=좋은 방법이다.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 `1달러숍(1달러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가게)`을 이용하는 것이다. 매주 1달러를 주고 1달러숍에 가서 물건을 사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3달러나 5달러 물건을 사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때 저축을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 4주 동안 물건을 안 사고 5달러를 모아 물건을 사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성취감을 느낀다. 우리 행동이 본인 그리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된다. 1달러가 다른 곳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낀다.
◇제임스 후프스=좋은 아이디어다. 그런 방식이 어린이를 창조적으로 만든다.
◇이유택=기술 급변이 기업가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해보자. 개인적으로 기술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기술이 왜 등장했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기술 이해와 그 기술로 구현 가능한 비즈니스 등 모든 것과 연관이 있다.
◇제임스 후프스=많은 기업가는 기술의 적용을 중요시한다. 일부 기업가는 공개된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기업가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을 이해하고 변화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래야 기술 변화를 주도한다.
◇이유택=미국의 장점은 큰 시장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개발해 시장에 팔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인수합병(M&A) 시장이 크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대부분 나라는 인수합병(M&A) 시장이 적다. 그래서 모든 기업가가 그룹 회장만을 꿈꾸는 것 같다.
◇제임스 후프스=뱁슨대가 기업가정신을 가르칠 때 중요시하는 게 `경영`이다. 기업가가 어느 시점에 기술개발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매각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기업가는 시장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명확히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이유택=청년 창업에 대해 논의해 보자. 정부 청년 창업 지원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제임스 후프스=청년 기업가는 미래에 큰 자산이 된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원 방식에 신중해야 한다. 예비 기업가가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가 옳다. 짧은 기간에 힘을 내 창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금을 직접 주는 것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이유택=동의한다. 다만 미국은 사회적 인프라가 잘돼 있어 그것이 가능하다. 정부가 창조적인 개인의 창업 환경을 챙기면 된다. 한국은 다르다. 예비창업자에게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것 이외에 인프라적 지원이 필요하다. 자금, 교육, 인수합병(M&A) 등 부족한 게 많다.
혹자는 정부 자금을 `눈 먼 돈`이라고 표현한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 경제로는 한계가 있다. 엔젤(개인)투자자도 그렇고 벤처캐피털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 분위기가 살아도 지속적으로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물론 폐해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좀비기업`이라는 게 있다. 정부 돈(자금)만으로 버티는 곳이다. 자금 지원의 부작용이다.
◇제임스 후프스=실패에 대해 논의해 보자. 일본에서는 한번 실패가 영원한 실패라고 들은 적이 있다. 한국도 비슷할 것이다.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안타깝다. `실패에서 실패의 이유를 모를 때 그것이 진정한 실패`란 말이 있다. 실패에서는 배우는 것이 많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노하우를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실패기업인이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유택=실패 기업가든 성공한 기업가든 그 과정을 모른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다. `로또`로 돈을 번 사람은 동일한 방법으로 다시 성공할 수 없다. 실패에서 어떻게 성공하는지 학습할 수 있다. 그것을 자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배자를 막기 위해서는 재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실패자도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제임스 후프스=정리한다면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회사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첫 번째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가는 고객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처음부터 중장기 계획이 나올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유택=창업하기 전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모델로 삼고자 하는 기업인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열정 그리고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추가한다면 글로벌 마인드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이제 세계의 벽은 무너진다. 세계 시장을 보고 달려야 한다.
정리=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제임스 후프스 교수=1965년 보울링그린 주립대학을 졸업했다. 위스콘신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는 역사학을 전공했으나 강단에 선 후 경영학을 연구했다. 1977~1978년에 하버드대를 시작으로 1989~1990년 영국 맨체스터대, 1996년 프랑스 CERAM 비즈니스스쿨, 2010년부터 지난해 인도 엑셀론(Excellon)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뱁슨대에서는 비즈니스 윤리학을 강의한다. 6권의 책을 저술했다. 초기에는 순수 역사서적을 저술했으나 최근 역사적 관점에서 기업 리더를 분석한 책을 내놓았다. CIO, 최고경영자잡지(Chief Executive Magazine) 등 경영지에 글을 발표했다. 2010년부터 이유택 교수와 홈플러스 사례를 분석해 강의한다. 최근 한국 기업과 기업가 연구에 매진한다.
◆이유택 보스턴대 교수=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박사와 경영정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보스턴대 아시아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GE·인텔·IBM·모토로라 등 65개 초우량기업을 분석한 벤치마킹 리포트를 작성했다. 리포트는 `초우량기업 현장리포트`란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출판됐다. 2005년부터는 뱁슨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뱁슨대는 기업가정신 분야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뱁슨대 강단에 섰다. 뱁슨대에서 강의할 당시 학교부설 한국창업·기업경영연구소를 설립해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임마뉴엘대를 거쳐 올해부터 보스턴대 강단에 섰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 연구를 한다. 올 초 `기업 성장의 정석 사회적책임(CSR)`이란 책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