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기업 상생주간]"연구소 16조 투입, 기술사업화 수월

화이팅을 외치는 ETRI 연구소 기업 테스트마이다스 직원들. 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사업화의 주역들이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김준 대표.
화이팅을 외치는 ETRI 연구소 기업 테스트마이다스 직원들. 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사업화의 주역들이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김준 대표.

#1. 지난해 매출 12억원, 올해 20억원 목표, 직원 18명 중 CEO와 영업, 회계 각 1인을 제외한 15명이 R&D 전문가. 자동차나 항공기, 금융업체, 로봇, 조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들어가는 SW 품질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테스트마이다스(대표 김준)의 현황이다.

테스트마이다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기술을 출자한 대표적인 `연구소 기업`이다. 매출 규모나 인력, 사무실은 보잘것없이 작아도 기술력과 성장 속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08년 창업 이후 매출액이 매년 50% 이상 늘었다. 인력도 매년 20~30%씩 늘고 있다. 주요 고객은 현대자동차와 ETRI, 농협,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20여곳이다.

김준 대표는 “이대로만 순항하면 향후 5년 내 매출액 100억원에 직원 수가 80명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2. 지정폐기물 중간처리업을 하던 성일하이텍(대표 홍승표·이강명)이 변신을 시도한 건 지난 2006년이다. 폐가전에서 다양한 희소금속을 뽑아내는 `도시광산`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품목은 생산량이 급증하던 리튬 2차전지로 택했다. 당시 주류를 이루던 리튬코발트산화물계 2차전지에서 코발트만 제대로 뽑아내면 대박이 터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술 개발 막바지에 기술 흐름이 리튬계에서 니켈계로 바뀌는 바람에 투자금도 못 건지고 최대 경영 위기를 맞게 된다.

이때 성일하이텍을 구한 기관이 바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다. 생기원은 성일하이텍의 가능성을 보고 `글로벌기업 육성대상기업`으로 선정한 뒤 기술 지원에 나섰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규모는 1100억원, 직원 수는 52명이다. 1인당 매출액이 21억원을 넘는 `알토란 기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성공사례 두 건 모두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관련이 깊다. 테스트마이다스는 ETRI에서 20년간 일하던 연구원이 ETRI 기술출자를 받아 빛을 본 사례다. 성일하이텍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당시 생기원 이재훈 수석연구원이 기술 지원에 나서 위기를 이겨낸 사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성공적 기술사업화에 견인차 역할을 할 대규모 기술이전 전시회가 대덕에서 개최된다. 정부가 연구기관에 뿌리는 R&D 예산은 올해에만 16조원이 넘는다. 특허만 지금까지 수만개가 등록돼 있다.

◇19일까지 대덕에서 기술사업화 전시회=전자신문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전국 연구기관 15곳이 보유한 첨단 기술 100여개를 한곳에 모아 이전하는 `2012 연구소-기업 상생주간(R&BD EXPO 2012)`이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개최된다.

올해부터는 참가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정부지원을 받는 연구기관이면 어디든 참여가 가능하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우리나라 첨단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 확보 초석을 닦기 위해서다. 지난해 처음 열린 행사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 10곳이 참여했다.

행사는 전시회 때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기술 수요자와 공급자를 상호 엮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를 일회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연중 연구기관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를 매칭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기술사업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또 이들 기관이 보유한 기술은 전자신문 금요일자 `출연연기술 꿰어야 보배` 코너에 매주 소개하고 있다. 연락도 잇따랐다. 일부에서는 문의가 잇따르자 업무 차질을 이유로 기술 개발자에게 직접 연결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기술을 싸게…파격마케팅 첫 도입=기술을 싸게 파는 대신 러닝 로열티를 받는 파격적 기술 마케팅을 처음 도입했다. 비록 두세 기관밖에 참여하지 않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 입장을 반영하는 전시회 사상 첫 시도다.

대상 기술은 생명연의 미세조류 무균유도 기술과 미세조류 응집제 제조기술로 1000만원가량 선급 실시료로 이전받을 수 있다. 또 화학연의 대장암치료제를 1000만원으로 책정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선급 실시료 500만~1000만원가량 기술 200여개를 내놨다.

출연연 관계자는 “아직까지 모든 기술을 대상으로 선급 기술료를 낮춰 이전을 쉽게 하고 나중에 제품화됐을 때 러닝 로열티를 받는 시스템이 정착하기에는 아직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기술 개발자 입장에서도 기술 하나만 지속적으로 보고 갈 수 없는 처지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청에서 정책자금 설명회 2회 마련=기술과 정부 정책 자금을 연계하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최근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금 곤란을 겪는 기업에 자금을 융통할 기회에 대한 정보를 중소기업청이 18, 19일 2회에 걸쳐 제공한다.

상용기술과 이전 대상 기술을 공개하는 전시장에서는 이전대상 기술 13개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3D 기술 시연쇼도 마련했다.

출연연구기관 및 정부 연구소로 구성된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는 이날 창립총회와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지식재산서비스협회에서는 기술이전과 가치 평가를 주제로 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행사 이튿날에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진행하는 국제혁신클러스터콘퍼런스(ICIC)가 DCC 2층에서 잇따라 펼쳐진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