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종교 갈등에 글로벌 IT기업 '최대 위기'

◇中 반일 시위 격화, 캐논·파나소닉 현지공장 가동 중단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국유화에 항의하는 중국 내 반일 시위가 격화하면서 현지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본 기업이 이어졌다. 중국인의 반일 감정이 최고치에 달하면서 공장 파괴는 물론이고 일본인에 대한 안전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6일 파나소닉의 칭다오 공장이 중국 시위대의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16일 파나소닉의 칭다오 공장이 중국 시위대의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 주말 동안 시위대에게 피해를 입은 기업은 곧바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상황 변화에 따라 재개 시일을 결정할 예정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일본기업도 주재원과 출장자의 피해를 우려해 업무를 중단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시키는 등 불안에 떨고 있다.

17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중국 시위대에 주요 공격 대상이 됐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대부분 현지 생산 공장 가동을 일제히 멈췄다.

캐논은 중국 4개 공장 중 광둥성 주해시 디지털 카메라 생산 공장과 중산의 프린터 공장, 장쑤성 쑤저우의 복사기 공장 등 3곳을 17일부터 양일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직원의 안전을 위한 조치다.

최근 시위대에게 산둥성 아오시마에 있는 전자부품 공장의 생산 설비가 파괴되고 방화로 불탄 것으로 알려진 미츠미전기도 18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가동 재개 시일은 사태 추이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16일 대규모 방화로 산둥성 칭다오 공장에 피해를 입은 파나소닉도 18일까지 주하이·칭다오·쑤저우 등 3개 공장을 폐쇄키로 결정하고 전 직원에게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히타치제작소는 중국 출장자와 주재원에게 외출을 자재할 것을 요청하고 거리에서 일본어로 큰소리를 내거나 이야기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등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무슬림 반미 시위 격화, 난감한 구글

이슬람을 모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무슬림의 무지` 예고편을 구글 유튜브에서 삭제해달라는 시위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구글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구글 측 관계자는 “매우 민감한 상황이며 구글이 생긴 이래로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17일 시애틀타임스 등 미국 외신은 이슬람 예언자 모하메드를 조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무슬림의 무지 예고편 영상의 후폭풍으로 이집트, 튀니지, 수단, 예멘, 인도네시아, 몰디브 등 이슬람 국가는 물론이고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 서방 국가에서도 무슬림들의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이에 백악관은 해당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무슬림의 무지) 영상이 `종교에 근거해 대중을 선동하거나 공격을 하게 하는 연설을 포함한 적대적 연설은 금지한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며 “영상에 대한 제한은 정치적 압력보다는 현지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삭제를 거부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이다. 또 “우리는 그동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구글의 태도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구글이 백악관의 요구는 거절했지만 리비아와 이집트,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선 접속을 차단했기 때문. 표현의 자유를 중시 여기는 기업의 가치관이 반영됐다기보다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된 방관적 태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팀 우 컬럼비아대학 법과대학 교수는 “구글이 미국과 이집트 정부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의미”라며 “자유로운 발언이 정부나 기업이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해진 셈”이라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