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고 했던가. 공자는 이미 나이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다고 했다. 이립(而立)이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정신적인 나이임을 지적한 것이다.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나이라는 의미다. 현실에서 서른은 인생의 행복과 건강, 그리고 성공에 다다르기 위한 기초 시기다. 큰 뜻을 세우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기 위한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단계다.
오죽하면 30대의 위기지학(爲己之學)으로 술-술-술을 강조한 `이립`이라는 책까지 나왔겠는가. 고전의 의미를 처세술·성공학으로 풀어낸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립을 위한 실천요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술(酒), 무엇이든 기록하는 술(述),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할 술(術)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은 물론이고 기업과 사회와 국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서른은 인간으로 보면 한 세대와 다른 세대의 경계쯤 되는 나이다. 역사적인 의미에서 보면 세대는 그래서 발전과 진보의 의미를 담아내곤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세대교체의 의미는 명확해진다. 세대교체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 세대에서 30년의 의미는 진보만 있을 뿐 퇴보란 없다.
기업으로서 30년은 지속성장의 의미다. 창업에서 10년까지가 기틀을 잡는 기간이라면 20년은 성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서른은 업무 관행과 제도를 정착시키고 지속성장의 방정식을 만들기 위해 혁신을 시스템화해야 하는 시기다. 개발도상국 관점에서 보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단계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움직여야 하는 단계다.
서른은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를 넘어 이제는 초연결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일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 30년은 물리적 공간에서의 300년, 30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제는 모든 사물과 사람, 공간이 상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관계의 그물망 생태계로 재구축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인간과 사물이 교감하고 상호작용하는 사회가 됐다는 의미다. 벌써 스마트 기기가 개발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을 이용해 시공을 초월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을 일궜다.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서가자는 구호를 현실화했다. 자동차, 조선,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세계 최강 기술력을 가진 국가로 올라섰고 K팝,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한류도 K테크와 결합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조만간 달성할 세계 5위 기술대국의 뜻도 모았다.
언론으로서의 30년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갖춰지고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자각과 새 출발의 시간을 의미한다. 암울한 1980년대의 통제사회에서 희망의 뜻을 세우고 불을 지핀 지 30여년 만에 자유롭고 다양한 미디어 혁신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전자신문도 서른을 맞았다. 산업 일간지로서는 처음으로 전자정보통신 전문매체로 창간, 산업경제 정론지로 우뚝 섰다. 30년 만의 일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한국만의 독특한 언론환경이라 관심을 기울일 정도다. IT강국의 역사가 신문의 역사가 됐다.
지식경제 산업지로서의 뜻을 높이 세웠다. 전자신문의 이립이다. 스스로 설 수 있는 비전과 역량도 갖췄다. 새 미디어의 지평을 열어갈 준비도 마쳤다. 창간 30년만의 일이다. 우리 자신은 어떤가. 이 아침, 세운 뜻을 되돌아보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다짐하는 이립의 시절로 한번쯤 되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는지.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