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구글플렉스를 가다

세계 인터넷의 중심, 구글의 본거지 `구글플렉스`에 들어섰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지역 얕은 산 중턱에 흩어져 있는 20여개의 건물 곳곳에 구글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창간 30주년 특집] 구글플렉스를 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네트워크를 휘감으며 돌아다니는 수십억개의 검색 쿼리를 처리하는 치열한 인터넷 공간, 그 한 가운데서 가장 거대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또 한편 쉴 새 없이 혁신을 선보이는 구글의 심장부다. 이 혁신을 이끌어가는 직원들이 최대 역량을 발휘하며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구글의 지원은 유명하다.

일류 요리사가 각 나라 음식을 조리해 주는 식당, 수영장과 마사지 서비스, 피트니스 센터 등이 있는 구글플렉스는 `일하는 사람의 천국`으로 그간 많은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단지 그런 지원만으로 사람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구글 복지`의 대명사로 유명한 직원 식당 `찰리 카페`에 들어섰다. 구글에서 일했던 유명 요리사 찰리 에이어즈의 이름을 딴 구글의 1호 카페테리아다. 왁자지껄하던 이곳도 점심시간이 지나 조용했다.

찰리 카페는 단지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구내식당이 아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구글 직원 누구나 참여하는 경영진과의 대화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는 래리 페이지 CEO와 세르게이 브린 창업자, 에릭 슈미트 회장 등이 반드시 참여해 제품 로드맵이나 회사의 비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 모임은 지위 고하를 막론한 모든 구글러가 회사의 방향과 미래를 공유하는 구글만의 `의례`로 자리 잡았다. 비전과 가치를 함께 하고 이를 위해 최대한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구글을 지탱하는 힘이다.

구글이 강조하는 `개방`과 `협업`은 검색이나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위한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다. 내부 조직 문화에까지 깊숙이 박힌 구글의 DNA다. 욜란다 망골리니 글로벌 다양성 및 인재 양성 프로그램 총괄은 “개방이 폐쇄보다 낫다는 구글의 믿음을 조직 차원에서도 구현하려고 노력한다”며 “모든 작업을 구글 문서 도구로 함께 일하며 공유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금요일 오후의 직원 모임도 직원과 경영진이 서로 솔직히 대화하며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위계적 질서를 지양하고 상호 신뢰와 개방 속에서 최대의 효율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혁신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다. 직원 2만명이 넘는 대기업이 된 지금도 스탠퍼드대학 한 구석에서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긴장감을 지키는 것이다. “박물관처럼 우리 문화의 모두를 지킬 필요는 없다”며 “기업가 정신이나 혁신을 갈구하는 마음 그 자체를 지켜야 한다”는 래리 페이지 CEO의 말이 이런 문화를 잘 설명한다.

관료주의를 최소화하고 되도록 많은 구글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혁신을 이뤄내는 조직 문화를 유지한다. 검색에서 시작한 구글이 소셜 서비스와 전자 결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러한 개방과 협업, 직원에 대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 구글의 `자유로운` 겉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구글에서 일했던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대기업임에도 각 구성원이 나태해지지 않고 항상 긴장을 유지하도록 하는 힘이 구글에 있다”며 “다시 창업한 지금 그 문화를 우리 회사에도 심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자유로우면서 유쾌한 일터를 추구하는 구글의 문화는 본사 안팎 곳곳에서 느껴진다. 건물 사이 정돈된 잔디밭 위에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의 상징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진저브레드, 허니컴, 젤리빈 등 안드로이드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이를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이 하나씩 들어선다.

사옥 안에는 로봇과 디지털 문명 등을 모티브로 한 전시물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구글 인근 샌브루노에 있는 유튜브 본사에는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빨간색 대형 미끄럼틀이 눈길을 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업무에 대한 긴장감은 강하다. 구글은 하루 평균 두세 건씩 눈에 안 보이는 크고 작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연간 4만건에 이르는 개선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 중 유망하다 싶은 9000여건의 아이디어가 테스트 대상이 된다. 이전 방식과 새 방식을 제시하며 어느 쪽이 더 좋은 반응을 얻는지를 살핀다.

이렇게 해서 테스트 대상까지 도달하는 것은 7000건 정도. 최종적으로 연간 500건 정도의 개선이 이뤄진다. 개발자들이 내놓는 4만건의 아이디어가 80 대 1 이상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환경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 더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구조다.

벤 곰스 구글 펠로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답을 주는 완벽한 검색 엔진을 향해 지속적 개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운틴뷰(미국)=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