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질실리콘(a-Si) TFT LCD에 비해 고해상도·저전력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산화물 TFT LCD가 내년 본격 확산될 전망이다. 애플이 아이패드용 디스플레이로 산화물 TFT LCD 채택 비중을 적극 늘리려 하기 때문이다. 산화물 TFT LCD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일본 샤프에 이어 LG디스플레이 등 여타 LCD 패널 업체도 조만간 양산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뉴아이패드용 디스플레이에 처음 적용한 산화물 TFT LCD를 내년부터 적극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오는 2014년엔 아이패드용 디스플레이 전량을 산화물 TFT LCD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맥북프로 등에도 산화물 TFT LCD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산화물 TFT에 관심 가지는 것은 기존 a-Si TFT 공정을 대부분 그대로 활용하면서 해상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양산 공급이 가능하면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높이면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뉴아이패드에 적용한 LCD는 a-Si TFT의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해상도를 끌어올리려다 보니 패널 값이 비싸다. 뉴아이패드용 디스플레이 가격은 9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이패드2에 들어가는 LCD는 같은 크기에 가격이 50달러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1024×768에서 2048×1536로 4배가 높아졌다.
애플이 적극적이자 LCD 패널 업체들은 산화물 TFT LCD 양산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화물 TFT를 상용화한 곳은 애플 뉴아이패드에 일부 공급하는 샤프가 유일하다. 대만 혼하이는 최근 샤프 주가가 급락하자 인수 가격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조건으로 산화물 TFT 기술 이전을 내 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산화물 TFT LCD 패널을 전시회 등에서 공개한 적은 있지만 아직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가 산화물 TFT LCD 투자에 적극적이다. 55인치 대면적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패널도 산화물 TFT로 양산을 준비 중이다. 또 초고선명(UD)급 고해상도 LCD를 위해 산화물 TFT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는 지난 8월 기자 간담회에서 산화물 TFT 관련 투자 로드맵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산화물 TFT는 장점이 많지만 물질 자체가 취약해 패널 업체들이 양산기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주요 고객(애플)이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향후 투자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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