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네트워크/현장을뛰는사람들]한국전력 배전팀

지난달 28일 15호 태풍 볼라벤을 시작으로 30일 14호 태풍 덴빈, 이달 17일 한반도에 상륙한 16호 태풍 산바까지 불과 3주 사이에 3개의 태풍이 연이어 상륙하면서 전국적으로 정전사고가 잇따랐다.

한국전력 배전팀 직원들이 16호 태풍 산바가 물러간 후 전국 송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전력 배전팀 직원들이 16호 태풍 산바가 물러간 후 전국 송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정전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바빠지는 곳은 한국전력 배전팀이다. 각 변전소에서 각 수용가까지 전기가 공급되는 전력망을 관리하는 이곳은 매년 태풍이 올 때마다 신속한 정전복구 작업 컨트롤을 위해 뜬눈으로 밤을 새기 일쑤다. 최근 한 달은 3개의 태풍이 연달아 내륙을 통과하는 기상이변으로 매일 강행군이었다.

16호 태풍 산바가 물러간 다음날인 18일 찾아간 배전팀 사무실에는 아직 태풍 여파가 남아있었다. 전날 비상밤샘근무의 피곤함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전달되는 각 지역 이상 알람 “○○지역 미송전 발생했습니다”라는 배전팀원들의 외침은 한 숨 돌릴 여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태풍은 물러갔지만 몇몇 부서원들은 아직 비상상황실에 남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볼라벤과 덴빈이 하루를 사이에 두고 상륙한 지난달 말은 초비상이었다. 당시 태풍피해로 인한 정전규모는 200만호로 가구수로는 재작년 강풍으로 맹위를 떨쳤던 곤파스 때보다 많았다. 내륙은 어떻게든 복구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도서지역이다. 인력과 장비를 섬지역으로 보내야 했지만 바로 다음날 덴빈 상륙 소식이 있었기에 아직 파도가 높은 바다를 바지선을 빌려 건너는 모험을 강행했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한 한전과 협력사 직원들의 노력을 고객들이 알아주지 못해 섭섭할 때도 있다.

배전팀원들은 “배전팀이 한전에서 가장 많은 민원을 받는 곳”이라며 “자연재해가 닥칠 경우 모든 고장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물리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볼라벤과 덴빈 때가 그랬다. 모두 태풍이 지나간 지 하루 만에 송전을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실상은 “정전 복구를 안 해줬다” “3일 동안 정전됐다”라는 다수의 민원이 발생했다. 확인결과 두 개의 태풍이 연달아 찾아오면서 복구된 전선이 다시 고장난 사례가 대다수였다.

배전팀에는 불문율이 있다. 함부로 기상을 예상하는 발언을 입밖으로 꺼내서는 안된다. 여름에는 풍수해, 겨울에는 강설, 봄과 가을에는 해빙기 사고와 산불 등으로 일년 365일 마음을 놓을 틈이 없다.

한 배전팀 직원은 “비상근무가 많다보니 집에서 좋은 가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안식구가 팀을 옮겼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한다”고 말했다.

배전팀은 한전 내에서도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비해 예비 예산이 편성되어 있는 몇 안 되는 부서다. 이들의 업무는 수익성보다는 최대한 정전시간을 줄여 고품질 전력을 제공하는 공기업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엄주현 배전팀 차장은 “전국 240개 사업소를 관리하고 정전복구를 위해 가지 않는 곳이 없다”며 “정전시간이 곧 고객이 경제적 타격으로 직결되는 만큼 최대한 빠른 복구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