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비싼 충전기, 전기차 시장 발목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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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운행에 필수 설비인 전기차 충전기 가격이 턱없이 비싸 조기 시창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보급하는 전기차 급속 충전기 가격이 2900만원으로 미국과 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국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부 보급사업 주축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고 있어 정부 보급가격이 곧 시장가격인 셈이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급되는 50㎾급 급속 충전기의 국내 가격은 2900만원인 반면 미국은 1만달러(한화 약 1130만원), 일본은 760만엔(약 1100만원)에 판매 중이다. 완속 충전기 역시 가격차가 크다. 미국은 충전기와 커넥터를 포함해 2199달러(약 250만원)다. 하지만 국내 정부 조달 가격은 345만원에 커넥터는 별도 구입해야 한다. 같은 예산으로 100개 충전기를 보급한다면 우리나라는 절반 이하의 수량으로 보급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 시장이 초기인 탓에 물량이 많지 않아 생산 원가가 줄지 않는데다 대기업의 시장 참여로 유통 단계가 늘면서 충전기 가격을 끌어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이 2013년 말부터 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다양한 사업 경험을 통한 기술 등 경쟁력 향상이 절실하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충전기 가격은 국내 중소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 기술력이 없는 대기업들의 참여까지 부추기고 있다. 충전기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만큼 판매이윤이 높아 대기업들의 시장 참여도 늘고 있다. LG CNS·LS전선·효성 등이 중소기업과 협력, 제품을 완성해 정부 보급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공단을 통해 올해 2500대의 전기차와 이에 해당하는 급속 및 완속 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예산상 이유로 9월 현재 500여대만 보급한 상태다. 올해 말까지 1000대 보급도 쉽지 않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보급 예산도 부족한데다 충전기 가격까지 비싸 전기차 산업 활성화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충전기 업체 한 대표는 “충전기 가격이 비싸다 보니 정부 보급사업에 한계가 있고 그 한계가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 확보에 도움 되지 않는데다 제품 마진이 크다보니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을 빼앗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급사업을 펼치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표】한국·미국·일본 전기차 충전기 시장 가격

자료제공 : 환경공단, 닛산자동차, 슈나이더일렉트릭

턱없이 비싼 충전기, 전기차 시장 발목 잡는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