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 AMI사업 자격 논란

한전KDN이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사업에서 사업자를 선정하기도 전에 미리 핵심부품 수급에 나서고 있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관련업계는 사업주관사인 한국전력 자회사 지위를 악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전력은 9월 초 입찰공고를 통해 올해 12만5000가구에 AMI를 보급할 목적으로 오는 24일까지 입찰을 마감해 1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사업에는 한전KDN을 비롯한 LG유플러스, LS산전, 누리텔레콤 등이 입찰을 준비 중이다. 입찰은 AMI용 모뎀 6만7000대와 데이터집합장치(DCU) 3450대 및 브리지(중계장치) 456개 등의 보급사업자를 선정한다. 이 사업에는 핵심부품인 전력선통신(PLC)칩 약 7만4000개가 필요하다.

최근 한전KDN은 약 10억원 상당의 PLC칩 10만개를 구매하기 위해 칩 제조업체인 크레너스와 파워챔프의 제품을 성능시험(BMT) 중이다.

입찰 참여 기업 고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에 PLC를 발주해도 시간적으로 충분한데 이미 선정된 것처럼 부품 수급에 나서고 있어 참여 기업들의 사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KDN 관계자는 “올해 물량뿐 아니라, 내년에도 사업이 있고 회사가 추진하는 각종 시범사업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물량을 확보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오히려 칩 메이커인 중소기업과 상생발전에도 기여하고 미리 사업을 준비함으로써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공고가 한전KDN에 유리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업공고 전 공청회에서는 PLC 중계장치인 브리지 채택언급이 전혀 없었는데 최종 공고에 브리지가 추가됐다”며 “브리지 없이도 AMI사업이 가능한데 한전KDN만이 보유한 브리지를 뒤늦게 추가해 한전KDN만 입찰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전KDN은 2008년 젤라인 칩 독점구매와 2010년 불합격 제품 사용 등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았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한전KDN 측은 “브리지는 통신효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 사업에 처음 추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브리지를 한전KDN만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감사원은 한전KDN에 잘못 보급한 2010년 50만호 분은 향후 보급예정인 1750만호와 호환되지 않아 실시간으로 전국 전력량을 파악하는데 장애요소가 된다며 교체와 사업 지연 등으로 한전KDN에 최소 28억여원, 최대 246억여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한전과 한전KDN에 시정조치를 지시한 상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