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간 영토 분쟁으로 일본 산업계가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지난해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해지자 해당 기업들의 금융 대출이 지연되는 여파도 생겼다. 중국 현지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반품이 잇따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파산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닛케이산업신문은 19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분쟁으로 야기된 대규모 반일 시위로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기화할 우려가 있어 향후 3~5년간 현지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진단했다.
장쩡웨이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이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이후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 한 일본 사업가는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발언”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발언 이후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금융 대출과 고객사 면담이 연달아 미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요국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상당 기간 공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이날 반일 감정 고조로 중국 점유율 1위인 일본 자동차가 올해 독일 업계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측했다. 그 피해 규모가 지난해 쓰나미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인기 차종인 닛산이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닛산은 세계 판매량의 4분의1을 중국에서 판다. 닛산은 시위대를 피해 광둥성 공장 가동을 18일까지 중단했다. 중국 합작사와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는 도요타와 혼다 등도 공동 개발이 지연될 것을 걱정했다.
전자업계도 울상이다. 니콘은 18일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디지털카메라 쇼룸을 폐쇄했다. 소니도 중국 내 가전 양판점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면서 판매량 변화에 촉각을 세웠다. 캐논은 3개 공장을 이날까지 사흘 연속으로 닫았다.
지난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일어났었으나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했다. 이번 반일 사태는 시위대의 직접 공격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진행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대중국 투자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신문은 예상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