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에 세상의 이목이 쏠린다. 두 기업이 벌이는 글로벌 전쟁이 우리나라와 세계에 미칠 파급력은 특허에 머물지 않는다. 산업 전반에 걸쳐 울리는 붉은 경고등에 우리는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가. 전자신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각계 특허 전문가의 의견을 모았다.
우리나라가 갖춰야할 지식재산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지상간담회 `특허전쟁의 승패가 국가의 미래다`는 산·학계와 정부, 지식재산서비스 업계의 전문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마련했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을 덜어주고 발전된 `특허 강국`의 방향을 모색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성원 SKCKOLON PI 연구소장
김호원 특허청장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장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벤처과학부장
◇사회(강병준 벤처과학부장)=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특허전쟁 중이다.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허전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언인가.
◇정우성(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삼성·애플 특허소송은 우리 기업이 성장하면서 특허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중요성을 알려준다. 지금까지는 기술 중심의 경쟁구도였다. 하지만 지식재산(IP)권으로 넘어가면서 그 지평이 넓어졌다.
IP권은 특허·디자인·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삼성이 애플과 소송을 겪으면서도 눈부신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특허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은 분리돼야 한다. 비즈니스 전략에서 특허소송을 이용해야 한다.
◇김성원(SKCKOLON PI 연구소장)=특허전쟁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이는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안에 부품이 120개 이상이라고 한다. 이번 특허전쟁을 표면적으로만 보면 삼성과 애플의 싸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부품 공급업체도 끼어있다. 단순히 삼성·애플이 아닌 스마트산업을 둘러싼 모든 분야의 싸움이다. 각 분야에서 특허전쟁을 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상조(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장)=양사 특허전쟁이 세계 9개국에 걸쳐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판결과 미국 판결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을 보았다. 이런 점이 국민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앞으로 IP권에서도 해외 여러나라 특허분쟁 소송 절차를 알아야 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삼성은 그나마 준비가 있었고 거기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대다수 기업은 외국과의 분쟁을 못해봤을 것이다. 이번 특허전쟁을 교훈 삼아야 한다. 중소기업의 부족한 여력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의 지원이 필요하다.
◇김호원(특허청장)=최근 아라미드 섬유를 둘러싸고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허 침해 분쟁이 IT산업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다.
삼성·애플 특허전쟁은 특허분쟁이 일본·유럽·중국 등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걸 시사한다. 애플은 디자인권만 볼 때는 그렇게 많지 않다. 삼성은 애플보다 10배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는데 특허분쟁에서 삼성이 애로사항을 느꼈다는 것이 특허전쟁의 맹점이다.
강하고 핵심적인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 상대방 국가의 제도와 소송절차, 문화 등이 불공정해 보이더라도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 IP강국이 되기 위해 특허를 창출하고 보호하는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가장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란 속담이 있다. 지금 특허전쟁 동향을 보면 각국의 특허법에 따른 소송이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특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역할은 무엇인가.
◇김호원=정부의 역할은 특허분쟁 전에 강조된다. 특허청은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 특허 동향·특허전문관리회사(NPE) 동향·소송 판례 동향 등을 파악하고 있다. 특허전쟁의 트렌드를 분석해 컨설팅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삼성과 애플 사례를 보면서 느낀 것은 지금까지보다 좀 더 체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특허권리 보호가 너무 높은 수준이다. 배심원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적절한 준비를 못했던 것 같다. 미국 제도 등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국제 조합을 통해 `배심원이 특허 침해 소송을 평결하는 것이 옳은가` `IP권 남용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등 종합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소송 단계 후에는 정부 역할이 줄어든다. 공익 변리사나 로펌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NPE 이슈가 많이 나오고 있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대두된다. NPE를 자연적 흐름으로 봐야 하는가.
◇정상조=NPE를 특허괴물이라고 하는데, 괴물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특허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NPE 측면에서는 효율적인 행동이다. 특허권은 배타적 권리기 때문에 공격할 때 수익이 나온다. 금지처분청구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수익을 만든다.
NPE를 특허괴물이 아니라 특허권자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동으로 봐야 한다. 공격 당하는 입장에서는 괴물이지만 우리가 공격할 수도 있다. 다만 외국 특허괴물은 조 단위 자본금을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1000억원대 수준이다. 외국의 100분의 1, 10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 괴물로써 기능을 할 수 없다. 몇백억원 가지고는 괴물이 될 수 없다.
최근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ID)`가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 수가 아직까지 많지 않다. 특정 타깃을 잡아 공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생기게 마련이다. 민간기업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자체적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김호원=NPE 자체는 가치중립적 용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괴물이 맞다. 우리는 특허천사(Patent Angel)를 키워야 한다. NPE는 동전의 양면이다. 금융이나 부동산 등 자산이 국가에는 중요하지만 너무 복잡해지면 파생상품 등이 발생하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본연의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IP도 마찬가지다. 특허는 혁신을 장려하고 보호하는 것이지만 잘못되면 특허 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허청에서는 특허천사를 추구하지만 특허청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규모가 작다. 전문인력 시장이 잘 돼야 한다. 정부는 펌핑하는 수준이다. 시장이 커지면 민간 쪽에서 이끄는 것이 많다. 외국 NPE제도를 우리 대기업이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정우성=특허괴물이 자연 발생적으로 나온 것은 사실이다. 발본색원은 불가능하며 그런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냉철한 시각으로 관찰하자면 제조사끼리 분쟁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등 격해질 수 있다. 하지만 특허괴물의 최고 목적은 로열티를 받는 것이다. 상대방이 망하면 추가적인 이익을 낼 수 없다. 그래서 특허괴물과 제조사는 협상의 여지가 많다. 발생 자체도 자연 발생적이고 위험도 자체도 경쟁사보다는 수위가 낮다.
이런 상황에도 대응은 중요하다. 외국 특허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해야 한다. 업종별로 위험도가 다르고 단계별로도 그렇다. 특허 담당 전문가에 대한 DB화도 필요하다. 한국계 변호사가 많은데 이들은 특허분쟁 시 언어가 된다.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사회=제조기업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환경이 더 힘들어 질 것 같다. 상대방만 신경쓰면 되는데 이젠 NPE도 신경써야 한다. 기업 입장이 어렵다. 대책이 있는가.
◇김성원=제조 경쟁사끼리의 기술 동향과 특허 등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름 준비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허 괴물은 준비를 하나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연구개발(R&D)하는데 의외로 영향이 크다. 많이 관여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발목을 잡는다. 일반 기업이 NPE까지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대할 여력이 없다. 기업 내부에서도 특허 대응이 업종과 회사마다 다르다. IT 분야는 대응이 좀 되어 있지만 화학 등 다른 분야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원천기술 분야는 대응 준비가 아직까지 잘 안돼 있다.
◇정상조=NPE가 특허 권력을 남용할 때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허법에서는 가처분 금지신청을 기각하지 못한다. 미국처럼 특허 권력을 남용한다고 생각하면 법원에서 금치처분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에 비해 법적 절차가 엄격하게 돼 있다. 법적 부분도 특허 분쟁에서는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분쟁이 생기기 전에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사가 처음 만들어질 땐 기술을 가지고 시작한다. 하지만 상품을 판매할 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때가 있다. 기업에서는 법률적 문제를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할 때도 침해 여부를 모르고 하니 분쟁에 휘말리기 쉽다. 그 전에 무엇인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청이나 특허청에서 하고 있지만 학계 로스쿨 법률 상담 클리닉 등 다양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호원=IP 중심에는 기업의 R&D 전략이 녹아 있다. 기술 개발 하는데 특허분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특히 중소기업에서 잘 발생한다. 특허청은 R&D 단계에서 IP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업 주기별, 성장 단계별 체크가 필요하다. NPE 동향이나 해외 기업의 특허 출원 동향을 일찍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나 LTE 등 분쟁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서 좀 더 깊은 정보 제공 역할을 해야 한다.
NPE가 국내기업에 경고장을 보낼 경우를 대비해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 관련 업계와 연계해 NPE 정보를 중견·중소기업과 공유하는 제도를 구상 중이다. 대기업에서는 특허를 많이 갖고 있는데 이를 협력업체와 함께 공유하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공동 대응 방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휴면 특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 볼 문제다.
◇사회=국가의 발전을 위해 특허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경쟁력 있는 특허, 좋은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김성원=우리나라는 특허 출원율이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어적 특성이 크다. 경쟁력 있는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R&D 단계서부터 차별화된 원천 특허가 있어야 한다. 삼성 등에서 첨단 분야나 앞선 특허가 많다고 하지만 부품 분야에서는 수입이 많다. 한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하게 접근할 시기가 왔다. 사업 과제를 과제 하나에서 끝내지 말고 전반적인 비즈니스 틀 안에서 볼 필요가 있다. 융합적 논의도 그런 것이다. 앞으로 발생할 특허분쟁 관련 낭비 요소도 최소한 줄여야 한다.
◇정우성=특허전쟁을 대비한 전략을 다양하게 모델링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이나 관련 기관의 직책별 특허 정책을 다르게 두는 것이다. 규모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창업 단계, 중견·중소기업·대기업 등 맞춤별 특허 대응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업종별 특허 대응 모델링도 필요하다.
특허란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라 분석과 조사가 있어야 한다. 지식의 대중화나 전문가 양성은 좋은 방향이다. 특허청 등 정부에서 다양화된 매뉴얼을 개발해주면 살아있는 특허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다.
◇김호원=IP의 대중화란 말처럼 IP산업 시장이 좀 더 성장해야 한다. 관련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 다양성이 보장된다. 지금까지는 조금 주춤한 부분이 있었다. 산업 성장에 인식이 확산되면 중소기업부터 특허 관련 컨설팅을 받는 시대가 온다. 산업 전문 분야에 맞춰 특허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가 보장돼야 좋은 특허가 나오기 마련이다. 경쟁력 있는 특허를 위해서는 특허가 인정받는 생태계 조성이 있어야 한다. 특허에 대한 가치평가와 가치평가를 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사회=혁신적 생각과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권리로 보장하는 인식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사회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허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민관과 함께 제대로 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
정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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