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스마트폰 모아 로봇 개발?

정부가 버려지는 구형 스마트폰을 활용해 서비스 로봇 개발을 추진한다. 그동안 폐 휴대폰은 금·구리 등 자원 재활용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고급 반도체 및 고난도 회로기술이 적용돼 서비스 로봇 개발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로봇 개발 및 제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로봇 보급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20일 정부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구형 스마트폰을 로봇의 두뇌로 활용해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로봇산업과는 하반기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기 위해 정보통신산업과 등 여러 과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지식경제부가 발표할 로봇산업 육성 기본계획에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폰 등장을 계기로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지 2년의 시간이 지났다. 교체 수요로 인해 아이폰3GS·갤럭시S 등 구형 스마트폰이 시중에 넘쳐난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도 구형 스마트폰을 활용해 로봇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들이 추진된다”며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강국인 점을 최대한 활용해 서비스 로봇산업을 주도해 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은 초기 계획 단계에 불과해 연말쯤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형 스마트폰을 활용한 서비스 로봇 개발은 우리나라의 취약한 로봇 하드웨어 인프라를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로봇 운용체계(OPRoS)를 개발 완료하면서 SW 인프라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하지만 로봇기업들은 제어기 개발·부품 수급 등 HW 부문에서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비스 로봇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전용 부품이 거의 없다. 있다 해도 해외에서 비싼 가격에 들여와야 한다.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도 비싼 가격에 보급이 어렵다. 악순환 고리다.

구형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대의 서비스 로봇을 출시할 수 있어 시장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원민 이상솔루션 사장은 “구형 스마트폰은 사용자에게 이미 구닥다리지만, 로봇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뛰어난 하드웨어 제품”이라며 “로봇 업계는 스마트폰의 프로세서뿐 아니라 와이파이·GPS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방안들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로봇 개발이 활발하다. SK텔레콤은 최근 스마트폰을 두뇌(CPU)로 활용한 교육용 로봇 `알버트`를 공개했다. 일본기업 반다이는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움직이는 로봇 애완견 `스마트펫`을 출시했다. 미국 MIT·하버드·노스이스턴 대학은 공동 프로젝트로 스마트폰을 꽂으면 작동하는 `드래곤봇`이라는 아동 교육용 로봇을 개발했다.

강감찬 지경부 로봇산업과장은 “서비스 로봇은 초기 시장이어서 우리나라가 충분히 치고 나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플랫폼 개발뿐 아니라 부품 공용화·표준화를 선점해 우리 기업들이 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