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술한류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무척 뜨거웠다. 인텔 개발자 포럼(IDF)이 개최됐고, 다른 장소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강연을 했다. 인근 예바 부에나 센터에선 애플 아이폰5가 발표됐다.

현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배경음악(BGM)으로 깔렸다는 점이다. IDF에선 첫날 기조연설 무대에도 등장했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2억 뷰를 넘기며 한 달 가까이 미국 전역으로 인지도를 늘린 이 곡은 글로벌 정보기술(IT) 현장에서도 `한류`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곡은 그 흔한 영어 버전이 없다. `강남`이 한국의 트렌디한 부촌을 뜻하는 지명이라는 것을 외국인들은 알아서 습득했고 즐겼다. 싸이 스스로도 자신의 엄청난 인기 비결로 `가장 한국적인` 외모와 스타일을 꼽는다.

“아직도 삼성, LG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미국인이 많아요. 애플도 채택하는 한국어 기능을 삼성이 일부러 빼니 당연한 결과지만요.” IDF 현장에서 만난 한 동포는 현지에서 한국 IT기업 브랜드 가치를 묻자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놨다. `가장 한국 기업으로 보이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었던 지난 십수년 국내 기업의 분투기도 으레 따라왔다.

모바일, 전자정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한국의 기술력이 뒤덮는다. `기술한류`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글로벌 넘버원`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해외의 시선 속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인식을 더 확고히 굳혀야 한다. 한국 이미지를 지워가며 일류가 된 일부 제조사도 있지만, 산업 전체의 취약성은 여전하다. 글로벌 IT기업의 소프트웨어(SW) 협력사 목록에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그간 흩어져 나온 결실을 합치고 미진한 부분을 지원할 적극적인 `ICT 국가 브랜딩`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기업에 강요할 수 없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 차기 정부 대권주자들의 노력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정부 차원의 브랜딩 지원이 있을 때 `기술한류`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정미나 소재부품산업부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