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 열풍, 캡슐커피 뒤잇는 제품은?

지금부터 600년 전인 세종대왕 26년, 서기 1444년 왕이 안질을 치료하기 위해 60일 동안 초정리를 찾았다. 목욕을 하면 피부병이 낫는다는 이 `매운 맛이 나는 물`이 바로 초정리 탄산수다.

해외에서도 탄산수는 오랫동안 환자를 위한 기적의 샘물이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의사들은 광천수를 환자에게 마시게 했다. 독일 피어몬트 마을에서 나온 탄산수는 피어몬트수라는 병에 넣어 수출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영국이 탄산수를 다량 소비하더니 대서양 건너 미국에선 향료를 넣은 탄산음료를 개발했다. 탄산수가 지금처럼 청량음료로 인기를 끌게 된 건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기만 한 소다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1819년 새뮤얼 파넨슈톡이 탄산음료 자판기를 발명하면서 탄산수는 일약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다.

◇ 스티브잡스도 애용하던 탄산수 제조기=이미 100년 넘게 사랑을 받아온 탄산수는 최근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 홈쇼핑 론칭 방송에선 1시간만에 1,500대나 팔린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탄산수제조기인 소다스트림이 바로 그 주인공. 진출 첫 달 1억 7,0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1년만인 올 7월에는 15억 원을 돌파하는 등 100배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국내에서만 인기가 높은 건 아니다. 소다스트림 CEO 다니엘 번밤은 CNBC 인터뷰에서 "2006년 40만개를 제조했지만 지난 2011년에는 300만 개에 달하는 탄산수 제조기를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달에 40만개 꼴로 팔아치운 셈이다. CNBC는 예루살렘에 위치한 소다스트림 공장 직원 수만 700명이 넘는 등 이스라엘에서 가장 크다며 탄산수 제조기가 이스라엘 고용 시장에 훈풍이 되어주고 있다고 코멘트를 붙이기도 했다.

△ 캡슐커피 붐에 이어 집에서 직접 탄산수를 만드는 탄산수 제조기가 주목받고 있다.
△ 캡슐커피 붐에 이어 집에서 직접 탄산수를 만드는 탄산수 제조기가 주목받고 있다.

소다스트림은 버튼 한 방에 가정에서도 손쉽게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탄산수 제조기다. 이 회사는 1903년 설립된 탄산수 제조기 회사로 전 세계 점유율 75%로 1위를 기록중이다. 지난 2010년 11월에는 나스닥에 상장했고 현재 전 세계 42개국 5만 개 이상 점포에서 판매중이다.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1천만 대가 넘는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선 전체 가정 중 30%가 탄산수 제조기를 이용할 만큼 인기라고 한다.

소다스트림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애플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잡스가 집에서 사용하던 제품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스티브잡스의 집에 도둑이 들어 훔쳐간 물건 중 아이패드와 아이팟, 애플 TV 리시버 등을 비롯한 애플 제품 사이로 소다스트림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 1병당 100원, 탁월한 경제성=소다스트림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건 지난 1997년. 당시만 해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탄산수 시장도 재조명 받으면서 최근 급성장을 기록중이다.

소다스트림은 현재 커피빈과 그루나루, 탐앤탐스, 아슬리 등 프랜차이즈 카페는 물론 대형마트 등 100여 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현대와 롯데, 신세계 등 3대 백화점에 정규 브랜드 매장을 열기도 했다. 소다스트림을 유통중인 코리아테크 이동열 대표는 "세계적으로 탄산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다스트림이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유통망이 더 확대되고 있다"며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소다스트림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편리한 사용 방법과 탁월한 경제성이다. 전용 용기에 물을 채워 넣고 버튼만 누르면 용기 뒤편에 단 탄산실린더가 용기 안에 탄산을 주입, 간단하게 탄산수를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직접 만들 수 있을 만큼 간편하고 사용하기 쉬워 여성에게도 인기가 높다. 버튼을 누르는 힘에 따라 탄산의 강약 조절도 가능해 기호에 따라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 소다스트림은 물을 넣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간단하게 집에서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가격도 1병당 100원꼴이어서 경제적이다.
△ 소다스트림은 물을 넣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간단하게 집에서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가격도 1병당 100원꼴이어서 경제적이다.

물론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경제성. 시중에서 판매중인 탄산수의 경우 330㎖ 제품 한 병에 1,300∼1,400원은 줘야 한다. 하지만 소다스트림은 2만원대 탄산실린더 1개로 60∼80ℓ 탄산수를 만들 수 있다. 1병당 100원 꼴이다. 엄청난 경쟁력이다.

과일시럽을 넣으면 시중에서 판매중인 음료수처럼 즐길 수 있다. 소다스트림이 제공하는 과일시럽에는 방부제나 인공색소, 인공감미료가 없다. 현재 판매중인 과일시럽은 애플&망고, 레몬라임, 오렌지&파인애플, 핑크그레이푸룻의 4종. 여기에 프리미엄 콜라와 사이다는 물론 딸기와 애플, 오렌지&복숭아 등 키즈시럽도 있다. 매실이나 복분자, 블루베리 같은 천연재료 원액을 활용해도 집안에서 건강한 탄산수를 직접 만들 수 있다.

◇ 문화 마케팅 나선 건강 탄산수=국내 시장에서의 이미지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제품 컨셉트에 맞게 지구 온난화를 막고 탄산 캔과 플라스틱을 줄이는 `Go Green`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소다수 음료는 다 마시고 난 뒤 캔이나 유리병 등이 남아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된다. 하지만 소다스트림은 전용 용기를 써서 환경 오염 걱정이 없다. 탄산실린더를 이용하기 때문에 따로 전기나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장점. 다 쓴 실린더는 새 것으로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다.

서울 청담동에는 복합 문화 공간 라운지 라베르샤를 열었다. 제품을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회원 전용 공간으로 일정 금액 이상 제품을 구입하면 가입할 수 있다. 회원에게는 프리미엄 라운지 입장 외에 쿠킹클래스 무료 수강과 명사 초청 강연 초대, 기념일과 특별한 모임을 위한 장소 무료 대여 같은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코리아테크 이동열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문화 강좌를 통해 품격 높은 멤버십 라운지로 고객 만족을 실현할 계획"이라며 "고객 가까이에서 만나고 함께 체험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소다스트림을 더욱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