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정책 태평로서 나온다

우리나라 금융·자본시장 정책이 태평로에서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부터 시작해 오는 추선 연휴 이전에 한국프레스센터로 청사 이전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광화문 시대를 연다.

금융·자본정책 태평로서 나온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 서초동에 둥지를 틀었다가 2009년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에 입주했다 3년여간의 여의도 생활을 접고 프레스센터에 독자 공간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프레스센터 4~6층 전부와 1·7층 일부를 쓴다. 금융위가 빠진 공간에는 인근 하나대투 건물 등서 세살이를 해온 금감원 공시감독국과 회계감독1·2국 등 3개국 2개실이 돌아온다.

이번 이전에는 비상시만 쓰라고 쟁여두는 `예비비`가 20억원 이상 소요된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서 의결된 `일반회계예비비 지출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사비용으로 8억4900만원, 청사 보증금으로 12억1000만원을 쓴다.

프레스센터의 연간 임대료는 올해 18억5000만원, 내년부터는 매년 나라돈 30억원 씩을 내게 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처음 한지붕 아래 둥지를 틀 때만해도 `업무 효율 극대화`라는 명분이 있었다. 금융당국간 긴밀한 업무협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기도 했다.

하지만 한 집 살림 기간동안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조직인 금융위와 실무감독을 수행하는 민간기관인 금감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골이 깊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양 기관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요구가 급증할 정도로 금감원과의 `안전거리` 확보가 시급한 사안이었다”며 “이는 방통위와 KT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심각한 두 조직간의 `아이덴티티(정체성)` 문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위는 차기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단행된 이번 이전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정권 교체에 앞서 독립된 부처로서의 위상을 사전에 확립해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과 관가의 시선에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다음 정권에서 또다시 업무 비효율성을 들어 금감원과의 통합 또는 청사 이전 등의 문제가 제기될 경우, 그 책임이 고스란히 금융위로 쏟아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결국, 금융위는 일로써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밖에 없다는 각오다. 광화문 인근엔 한국은행과 은행 등 각 금융기관의 본점, 지주사 등이 몰려있다. 청와대와 정부청사도 가깝다. 정책(금융위)과 집행(금감원) 기능이 이번 기회에 물리적으로도 확실히 분리된 만큼, 추상같은 업무처리로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달라는 게 금융가의 주문이기도 하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