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커버스토리-IT부서 수익 창출 방안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이 전통적 정보시스템 운영에서 수익 창출을 밀접하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지원할 정보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것이 최근 CIO 핵심 역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수익을 올리는 CIO와 IT조직이 조금씩 늘고 있다. 영업 조직이 아닌 IT조직이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고 매출 규모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IT시스템 개발과 운영이라는 주 업무에 차질이 없다면 회사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IT부서가 개발한 시스템과 솔루션을 외부에 판매하다 보면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고 IT 역량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은 자사 핵심역량 유출이라는 과거의 생각에서 탈피, 핵심 시스템을 패키지화해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를 벗어나 해외 동종업계에 시스템을 수출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IT조직의 수익 창출이 단순히 회사에 기여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IT조직 수익은 신규 비즈니스 발굴 수단

IT조직의 수익 창출은 주로 자사가 개발·적용한 소프트웨어(솔루션)나 정보시스템을 동종 업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기업의 공통점은 솔루션 판매를 신규 비즈니스 창출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사 IT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다른 시장 진출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철 대신증권 최고정보책임자(CIO·전무)는 “대신증권은 여러 조직 중에서 IT 부문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수익 자체보다는 우리 기반 기술을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외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이런 시도는 IT직원들에게도 새로운 도전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수익 창출을 추진하는 IT조직 대부분이 단순한 매출보다는 비즈니스 확대에 기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수익 창출을 바라보고 있다.

수익 창출 활동을 `사회적 기여` 측면으로 보는 기업도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대표적이다. 여러 시스템통합(SI) 업체가 미래에셋생명 차세대시스템 패키지를 다른 보험사 차세대 프로젝트에 제안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향후 국내 SI업계 개발 방식이 패키지 기반으로 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백성식 미래에셋생명 CIO(상무)는 “국내 금융 소프트웨어 수준이 굉장히 높은데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범용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검증된 선행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SI 산업이 진화하면 프로젝트 기간도 단축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범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 상무는 “널리 사용되는 외국계 글로벌 패키지는 기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오랜 기간 패키지화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도 이런 식의 개발이 확산돼야 하며 우리 시스템을 여러 곳에 제안하도록 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권, 패키지 중심 수익사업 증가

기업 IT조직의 시스템 판매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2000년대 초반 국민카드 시스템이 농협과 하나은행에 구축됐다. 농협은 동원증권에 전자데이터거래(EDI) 시스템을 공급했고 금호생명(현 KDB생명)은 삼성생명 정보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원장이관이 한창이던 2000년대 중반 ICM이 선행 증권사 시스템 패키지를 다른 원장이관사에 적용하고 선행 증권사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사업을 택했다. 동양시스템즈(현 동양네트웍스)도 마찬가지다.

비금융권 쪽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2010년부터 조선소와 선박에 적용되는 10여 소프트웨어를 패키지화해 해외 수출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기업문서관리시스템(EDMS) 기반 협업시스템 `이웍스21`을 카타르 QPLAB 프로젝트에 공급한바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전문조직을 갖추고 플랜트, 토목분야 설계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판매했다.

최근 들어 증권 및 보험권에서 패키지 기반 시스템 개발이 확산되면서 IT조직의 수익 창출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신영증권 차세대 시스템 패키지 기반으로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 완료했다. 앞서 NH농협증권은 현대증권 차세대 시스템 패키지를 도입했다.

시스템 제공 업체는 제공 정도에 따라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다. 계약 조건과 범위에 따라 패키지 사용 교육 훈련까지 제공하는 사례도 많다. 이때 시스템 제공 기업은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험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시장 진출에 따른 단기간 시스템 구축에 선행 시스템 도입이 늘고 있다. 생명보험사 중 가장 먼저 다이렉트보험사를 설립하는 교보생명이 프로젝트 기간을 줄이고자 선행 차세대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제안에 참여한 SI업체들이 미래에셋생명 차세대시스템 등 여러 보험사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 위주로 다이렉트보험사 설립이 연이을 전망이어서 보험 패키지 시스템 시장이 활성화할 전망이다.

◇여전히 많은 걸림돌 존재

이렇게 일부 산업군에서 IT조직이 직접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 CIO는 아직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IT조직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내부 수익센터`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외부 사업으로 역량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IT조직의 직접적인 수익 창출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IT시스템과 솔루션이 한 번 정도 외부에 판매될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판매는 쉽지 않다. 이를 담당하는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고 저렴한 솔루션이라도 일단 판매가 되고 나면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호재 투이컨설팅 상무는 “급변하는 IT 환경 때문에 모든 고객사는 기존보다 뛰어난 제품을 도입하길 원한다”면서 “이에 따라 시스템 재판매를 위해서는 최신화에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제조사 CIO는 역시 “개발된 시스템을 상품화할 시간과 인력도 부족할 뿐더러 산적한 내부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벅차다”며 “매출을 발생시킨다고 해도 그 성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경영층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IT조직은 영업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얘기다.

CIO들은 내부 시스템과 솔루션이 판매 목적으로 개발되지 않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이 쉽지 않다는 점, 주로 후진국 대상인 해외 수출은 환율 차이, 국내 동종 업계에서는 경쟁관계에 따른 정서적 문제 등으로 IT조직의 수익창출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십억원의 비용과 기업의 핵심 역량을 투자해 개발한 시스템을 외부에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 창출 차원을 넘어 자사 IT역량을 과시하고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다. 특히 범용 제품이라면 충분히 재판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GS건설은 시스템 판매에서 새로운 접근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관련 제품 마케팅과 기술지원 서비스를 전문업체가 대행해주고 건설은 소프트웨어만 공급하는 방식이다.

박종국 GS건설 CIO(상무)는 “해외 기업 중에서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 자사 소프트웨어를 재판매한 사례가 많다”면서 “IT조직이 수익을 창출하려면 먼저 소프트웨어가 범용성이 있는지, 이를 사용할 만한 충분한 시장이 형성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IT조직 수익창출 사례

자료:업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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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