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응답하라 2012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TV 드라마지만 `응답하라 1997`이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HOT`나 `젝스키스`에 열광하던 세대들 가운데 부모가 돼 있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 소재와 구성도 탄탄했지만 `맞아, 그땐 그랬어`라는 감탄을 일으키는 다양한 물건들도 등장해 극의 재미를 배가했다.

`삐삐`라고 불리던 무선호출기는 향수를 자극했다. 카세트테이프를 넣어 듣는 소형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PCS도 드라마에 등장했다. 소형 CD플레이어도 있다. `국산`이라는 것을 강조한 콜라도 당시 분위기를 전하는 소품으로 사용됐다.

불과 15년 전의 상황을 그린 드라마지만 이 가운데 지금 중·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거의 없다. 무선호출기는 시티폰, 휴대전화를 넘어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가져갔다. 요즘은 카세트테이프 자체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시장은 MP3플레이어를 거쳐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내려받아 듣는 일이 대세처럼 됐다. 당시에는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던 소형 CD플레이어도 지금은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삼성 `마이마이`보다 소니 `워크맨`을, LG 호출기보다는 모토로라 제품이 더 사랑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IT강국이다.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있는 기업도 있고, 내놓는 제품마다 세계 최고, 최초라는 수식어도 갖게 됐다. 기술진화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제품과 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성장했다가 쇠락하는 일은 더 많이 반복될 수 있다.

15년쯤 지나 `응답하라 2012` 같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때, 지금 쓰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도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이 될 것이고 새로운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보기술(IT)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