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당신의 업무 능력을 미리 들여다본다”

#. 복합기 제조업체 제록스는 그동안 콜센터 직원을 채용하면서 피 면접자의 업무 능력을 파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신규 채용 직원들은 얼마 지나지않아 그만두기 일쑤였다. 코니 하비 제록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인당 5000달러를 들여 직무교육을 하는데 그만두면 모든 게 물거품”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제록스는 고용훈련분석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는 이볼브(Evolv)와 협력해 직원의 성향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콜센터는 능력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창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은 6개월 이상 근속하는 반면에 탐구 성향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 일반적인 통념과 완전히 정반대였던 것이다.

기업이 인력 채용에 데이터분석(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단순히 채용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피고용자가 채용 후 어떤 식의 행동을 할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지원자의 인성을 분석해 고용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최근에는 규모가 달라졌다. 강력한 성능의 컴퓨터에 정교한 분석 소프트웨어로 더 많은 지원자의 사생활과 취미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 가능성, 직무와 사생활이 얼마나 구분이 돼있는지, 심지어 퇴사할 때 꼬투리를 잡아 회사를 고소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의 여부도 알려준다.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 같은 분석을 해내려면 기반이 되는 자료가 풍부해야 한다. 이볼브의 경우 지원자를 대상으로 30분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직무 능력이 부합되면 초록, 중간정도면 노랑, 전혀 잠재력이 없으면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이 외에도 지원자의 이력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상태 등도 모두 기초 자료가 된다.

관련 시장이 커지자 글로벌 IT솔루션 업체들은 핵심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IBM은 13억달러를 들여 고용데이터분석 업체 케넥사를 인수했다. 오라클은 올해 2월 직무지원자 추적시스템 업체 탈레오를 인수했다. SAP는 지난해 12월 업무추적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석세스팩터를 34억달러에 인수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분석소프트웨어 시장 글로벌 규모는 38억달러로 지난 2010년보다 15% 성장했다고 밝혔다.

문제도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고용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어떤 질문을 넣느냐에 따라 의도치않게 나이나 인종 등을 기준으로 필터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연방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큰 것. 회사는 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예측할 명백한 근거를 대야한다.

IBM이 인수한 케넥사는 지난해 3000만명의 지원자를 분석한 결과 콜센터 직원이나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생 등이 교체되는 주기가 길어졌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라질로 보크 구글 부회장은 “분석 툴이 HR부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겠지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당장은 채용 여부에만 관여하지만 나중에는 누굴 승진시키고 얼마큼 보너스를 지급할지까지 분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