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로 아라미드 섬유 사업이 중단될 뻔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년간 아라미드 섬유의 전 세계 생산 및 판매 금지를 판결한 1심 법원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항소법원에 받아들여졌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듀폰과의 영업비밀 침해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항소심 판결까지는 통상 1년에서 1년 6개월이 소요된다. 코오롱으로선 적지 않은 시간이 생겼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으면 코오롱은 공장을 멈춰야 했다.
코오롱은 “원고와 피고, 제3자가 입게 될 피해 및 공공의 이익 등이 형평성 있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오롱에 대해 가혹하게 내려졌던 생산 및 판매 금지 명령이 집행되지 못하도록 결정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제 키는 항소법원으로 넘어갔다. 코오롱은 1심에서 아라미드 생산·판매 금지 외에도 1조원대의 손해 배상 명령을 받았다. 이를 뒤집지 못하면 거액의 손실이 생긴다.
코오롱이 아라미드 섬유로 거둔 매출은 한해 900억원 수준이다. 손해배상액만 매출의 10배 이상이다.
코오롱은 “1심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명확한 법률적 사실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며 항소심을 자신했다. 듀폰의 영업비밀 근거가 부족한 점, 코오롱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들이 배제된 점, 잘못된 손해배상액 산정 등의 문제를 집중 제기할 예정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총탄을 막아낼 정도로 내구력이 강하고 섭씨 500도의 고열을 견뎌내는 첨단 섬유다. 듀폰은 1973년 상용화에 성공, `케블라`라는 브랜드로 출시했다.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이란 이름으로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듀폰은 코오롱이 자사 전직 직원을 채용해 아마리드 관련 영업비밀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시작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