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상대(下石上臺)`라는 속담이 있다. 탑을 쌓다가 돌이 모자란다고 아랫돌을 빼서 위에 올려봐야 결국 무너지고 만다. `언 발에 오줌 누기`도 비슷한 속담이다. 날씨가 추워 발이 얼었는데 그 발에 오줌을 누면 잠시 따뜻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더 꽁꽁 얼어버릴게 뻔하다.
또 다시 예산 철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내년 살림을 꾸릴 예산을 짜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경기만큼이나 축 처졌다. 지방세 수입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미 올해 대비 23% 줄여 예산을 짜라는 방침을 하달했다.
어쩔 수 없다.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니 지출 계획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적은 예산이라도 우선순위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벌써 몇 년째 `일자리`에 올인 중이다. 프로젝트를 하면 일자리를 몇 개 창출하느냐를 따지고 외자 유치를 해도 일자리 개수로 연결 짓는다. 긴 경기침체로 기업 환경이 악화되다 보니 공무원들은 일자리만 세고 있다. 그만큼 일자리가 부족하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일자리 창출은 항상 최우선 과제로 자리해 왔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장기 투자에는 매우 인색한 모습이다. 예산철만 되면 마치 `전가의 보도`라도 되는 양 과학기술 예산을 건드린다. 벌써 3년째다.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가 과기인이 들고 일어나 설득하면 어느 정도 복원해 주기를 반복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처사에 과기인만 지쳐간다.
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발전은 `과기입국(科技立國)`을 기치로 달려온 원로 과학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기술은 일자리 창출의 근간이 되는 산업을 살리고 유지하는 기반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과학기술을 배제하고 일자리 창출을 꾀하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