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업계의 기현상이다. 1만명 이상의 SW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도 이 분야 대졸자 취업률은 저조하다고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SW분야 석·박사 졸업자의 취업률은 2008년 69.5%이던 것이 2010년에 이르러서는 55%로 급락했다. 대학 전체 취업률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장은 다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SW 전문 인력 품귀현상에 애를 태운다. 코딩 수준이 아닌 설계 수준의 고급 엔지니어의 부족현상이다. 대기업 연구소는 이미 인도나 러시아권 엔지니어들이 흔히 눈에 띄고, 중소기업에도 이른바 동남아권 넥타이 부대가 현실화됐다.
실제로 1만여명이 넘는 삼성전자 SW 인력의 상당수는 외국인이다. 4분의 1 가량이 인도·우즈베키스탄·인도네시아 등 외국인들이다. 이 회사 최고위급 인사의 전언이다. 삼성이 다국적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SW 전문 인력이 더 필요한데 우리나라 대학 SW 관련학과 졸업자를 모두 데려온다 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역시 프로젝트를 수행할 SW 엔지니어가 없다. 한 마디로 SW 인력은 이미 동이 났다.
왜 그럴까. 기업과 대학의 인력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가 클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전문 인력은 SW 설계 이상을 담당할 수 있는 고급수준인 반면,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 젊은 고급 엔지니어의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는 얘기다.
1980년대로 돌아가보자. 당시 전자공학과·컴퓨터공학과(전산학과 포함)는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의 산실이었다. 두 학과 경쟁률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학과 선호도 수위를 다퉜다. 그만큼 우수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벤처붐의 진앙지였던 세대다. ICT강국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ICT분야의 학과 선호도가 급락했다. 불과 십년 안팎의 일이다. 최고의 대우와 안정된 자리를 보장했던 직업군이 열악한 근무환경, 고강도 업무환경,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직업군으로 인식된 탓이다.
임금 수준도 한 몫을 했다. 2010년 SW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은 한국이 2968만원(전체 594개 직종에서 282위), 미국은 11만5000달러(7000개 직종에서 18위)로 선진국 수준에 한참을 못 미쳤다.
이직률이 높아졌다. 특히 고급 인력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SW 전문인력 이직자는 2008년 1만639명이던 것이 2010년에는 2만1814명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비율 또한 2008년 10.3%이던 것이 2010년 17%로 크게 높아졌다. 석·박사 진학률이 떨어졌다. 카이스트·서울대 등 주요 5개 대학 SW 관련 전공 재학생 수는 2009년에 비해 2011년에 24.7%나 감소했다.
학교만 그런 게 아니다. 정부 ICT 인력사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융합시대의 종합적인 통섭(Consilience)의 인재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부처의 논리에 따른 단순 인력 양성에만 힘을 기울이고 있다. ICT 생태계의 역동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가장 근간이 돼야 할 인재가 떠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활력을 바라는 건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문제 파악이 우선이다. 우수 ICT 인력 확보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이면서 파격적이고 획기적이면 좋을 것이다. 중고교 교육시스템부터 대학, 국방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국가교육시스템을 검토하고 민간기업의 재교육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로 대변되는 ICT 생태계의 역동성 문제는 1차적으로 인재의 문제다. 이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거창한 ICT미래 강국도 없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