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상실한 유럽 정보기술(IT) 산업이 한국 등 아시아와 미국에 밀려나고 있다. 기초체력이 부실해지면서 타 산업 기반까지 잠식해가는 모습이다.
유럽 ICT산업이 인건비와 인재양성, 투자 유치 등 모든 면에서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AT커니 보고서를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글로벌 IT지출의 25%를 차지하지만 유럽 IT기업 시장점유율은 10%를 밑돈다. 글로벌 100대 IT기업 중 유럽 기업은 15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가운데 업계 1위 기업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유럽 IT산업은 아시아와 인건비 경쟁에서 뒤진다. 2010년 유럽 평균 IT 엔지니어 연봉은 7만5900달러였다. 반면에 인도는 2만6800달러, 중국은 1만6900달러였다.
인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전체 학생 중 17%만 공학, 수학, 컴퓨터사이언스 등 이공계 관련 전공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35%, 중국은 31%였다. 미국은 이 비율이 8%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3만2000명의 외국 전공자들이 빈자리를 메워준다.
IT 산업계로 유입되는 돈줄도 말랐다. 유럽위원회(EC) 조사에 따르면 유럽은 IT 분야에 연간 150억달러를 투자하는데, 이는 미국에서 연간 벤처 분야에 투자하는 금액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잔 스텐저 AT커니 연구원은 “건강한 IT산업은 현대 경제를 떠받치는 필수 기둥”이라면서 “IT 산업이 다른 많은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IT 산업에서 밀리면 곧 다른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2009년 파산한 독일 반도체업체 키몬다를 들었다. 반도체 칩 분야 여러 업체가 뭉친 ST-에릭슨도 대규모 손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