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인비저블폰이 온다]기고-정보, 디자인으로 완성된다

인비저블 폰 개념에서의 미래 통신 단말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형적인 휴대폰 형태를 탈피해 안경·시계·반지·인형과 같은 패션 아이템 속으로 흡수돼 버릴 것이다.

[5년 후 인비저블폰이 온다]기고-정보, 디자인으로 완성된다

관건은 다양한 단말 형태를 담아낼 창의적인 디자인이다.

최근 1조원 이상의 배상금액이 결정된 애플과 삼성 특허 분쟁은 오늘날 디자인의 위상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얼핏 보면 애플이 주장하고 있는 디자인 특허는 스마트폰 단말기에 적용된 몇 가지 형태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왜 삼성은 세계 최고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고도 다소 사소해 보이는 디자인 특허 소송에 휘말려야 했을까. 애플 디자인은 특허로 보호받을 만큼 정말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것일까. 애플이 특허라고 주장하는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학창 시절 디자인 서적에서 한 번쯤 보았던 것들이며, 또 한 번쯤 손으로 그려본 형태다.

독일의 대표적인 가전회사 브라운의 디자인실을 이끌었던 디터 람스와 그의 동료들은 이미 오래전 이러한 형태를 제품디자인에 적용하면서 상품화했다. 일본 전자제품이 활황기일 때 젠(ZEN)스타일이라고 부르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형태는 당시 디자인 미학의 표본과도 같았다.

그런데 왜 애플은 이러한 구시대적인 디자인에 특허를 주장하며 거액의 배상을 요구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 사건을 단지 오늘날 스마트폰 시장이 지배하는 거대 규모의 경제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과거 디자인 분쟁이라고 하면 대부분 외관에 관한 것이었다. 기계시대 기술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고 디자인의 결과물인 형태도 이 기능을 확장시킨 연장선상에 존재했다. 기계시대의 형태는 보기 싫은 것을 시야에서 제거하거나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것을 개선하고 인간공학적인 요소를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미학이 가미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전자시대 형태는 기계시대 형태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가상공간에서는 형태가 곧 기능을 의미한다. 정보를 다루는 컴퓨팅 환경에서 형태는 기계와 인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최근 사람들이 컴퓨터를 제어나 저작 작업과 같은 생산 도구에서 디지털 콘텐츠 소비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형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제 윈도 기반 시각적 이미지가 없는 컴퓨팅 환경은 상상할 수도 없다.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기의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인 사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수록 디자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간과 가상공간의 정보를 가장 확실하게 빨리 연결하는 효과적인 방법, 즉 보이지도 인지하지도 못하는 정보를 인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인간의 오감과 연결시키는 방법이 바로 `인터페이스 디자인`이고 정보시대 디자인 기술이다.

현재까지 시각적 정보를 기반으로 한 스크린 단말기 인터페이스 기술의 가장 강력한 도구는 아이콘이나 커서와 같이 형상을 가진 이미지였다. 이러한 시각적 정보 기술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실체가 없어 정보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터치 스크린에서 버튼을 누르는 것이 기존의 물리적인 버튼보다 사용상의 만족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버튼을 누를 때 사람이 느끼는 가장 적절한 세기와 깊이는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고, 이 요소는 키보드와 노트북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생활공간에서 스크린이라는 물리적인 존재를 지탱해오던 얇은 두께마저도 사라지게 되면서 단말 형태를 중심으로 한 논쟁조차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손가락을 긁어대고 문지르던 스크린이 없어지고 나면 사람들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주인공처럼 너도 나도 허공을 향해 마임을 하게 될 것인가. 과연 사람들은 그런 방식의 인터페이스에 대해 진정으로 만족하고 신뢰할 수 있을까. 엑스박스(xbox), 키넥트(Kinect)는 닌텐도(Nintendo) 위(Wii)에 비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게임이나 인터넷을 통해 가상 세계가 도래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물리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정보에 대해 확신과 믿음을 가진다.

물리적인 대상을 통한 인터페이스는 현실공간으로 투사된 정보 공간과 사람의 경계를 허물게 될 것이다. 디자인은 정보가 투사된 물리적인 대상과 사용자 간 적절한 타협을 제시하면서 인비저블 폰을 구현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애플의 디자인 특허 주장은 단순히 독립된 형태적인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정보매개체로써 기능과 사용성이 형태로 함축된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것이다. 인비저블 폰 개발에서 필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애플은 과거 제록스로부터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용하면서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역사에만 기록되었을 애플을 구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디자인이라고 단정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김원섭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wskim@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