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창업 문화도 사회적인 기여를 우선순위에 두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카이스트 봉사동아리 학생들이 만든 `촉`은 무료 온라인 교육 사이트다. 초·중·고생을 위한 무료 강의를 전국 대학생이 직접 제작한다. 서버 부담을 줄이고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태블릿 펜 패드로 동영상을 만든 뒤 여러 단원을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트리`를 보여준다. 여수아 촉 대표는 “학습 봉사를 하면서 시간·공간 제약을 없애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강의 노트를 판매하거나 광고를 통해 벌기로 했다.
애드투페이퍼도 첫 시작은 대학생 생활비를 줄여주자는 것이었다. 복사 용지 여백에 기업 광고를 함께 프린트하면 복사비가 공짜다.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국 46개 대학교에서 도입했고 대학생 8만5000명 가량이 애드투페이퍼를 통해 용돈을 절약한다.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학교 창업 과목에서 본 후 취지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영세하게 운영되던 학교 복사실이 문 닫는 것을 막기 위해 복사실에 관리를 맡겨 수익을 보전해줬다. 신사업이 등장해도 경쟁 산업을 죽이지 않는 상생을 창업 초기부터 실천한 것.
중고매매 애플리케이션(앱) `헬로마켓`과 중고 서적 공유 사이트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물건을 나눠 쓰자는 취지로 시작해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헬로마켓 운영사 터크앤컴퍼니 이후국 대표는 “일단 수수료나 광고 등 수익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공유 문화를 정착 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역시 장웅 대표의 책사랑에서 출발했다. 출판사가 비용 부담 때문에 어느 정도 책이 팔리고 나면 절판해 구할 수 없는 책이 많은데, 회원들이 책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면 원하는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봤다. 청년층부터 `일단 벌어서 부자 되자` 대신 `기여를 하다 보면 돈은 따라 온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