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스의 딜레마....매출 늘어도 외주 생산 탓에 수익개선 더뎌

광시야각 원천기술을 보유한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7인치대 스마트패드(태블릿PC) 시장을 장악하고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주 생산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디스는 7인치 스마트패드 디스플레이 공급량이 대폭 늘었지만 이번 3분기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디스는 대표적인 광시야각 기술 중 하나인 FFS(Fringe Field Switching)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FFS와 IPS(In Plane Switching)는 전극을 수평으로 배치해 눌러도 잔상이 없는 광시야각 기술이다. 그 중 FFS는 플러스·마이너스 전극 사이 틈이 없어 더 밝다. FFS나 IPS 원천기술이 없이는 수평전극 광시야각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힘들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패드 디스플레이는 거의 대부분 수평전극 광시야각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덕분에 하이디스의 FFS 기술 수요가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초기 모델과 아이패드, 킨들파이어, 구글의 넥서스7은 모두 FFS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다. 특히 7인치 스마트패드 시장의 성장률은 놀라울 정도다. 시장조사 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300만대 수준의 7인치 패널 출하량은 올 8월 두배인 600만대로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FFS 기술이 적용됐다.

하이디스 외에 FFS 기술을 적용할 경우 BOE나 샤프처럼 하이디스로부터 FFS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FFS 방식의 LCD 패널 수요가 많아졌지만, 하이디스는 투자여력이 없어 3.5세대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7인치 LCD 패널을 생산하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현재 피처폰과 카오디오용 디스플레이 정도만 생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하이디스는 대만의 2개 업체를 통해 생산하는 외주 제작 방식을 선택했다. 매출의 절반이 외주 생산에서 나오다 보니 수익성 개선은 더딜 수 밖에 없다. 보유한 기술 덕에 매출이 늘어도 큰 혜택을 못보고 있는 셈이다.

하이디스는 과거 하이닉스 LCD 사업부가 모태인 기업으로, BOE를 거쳐 대만의 전자잉크 업체인 E잉크홀딩스에 매각됐다. 주인이 여러번 바뀌면서 설비 투자를 단행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디스는 어려운 경영 환경 때문에 투자 시기를 놓쳤다”며 “현재 기술 수요가 많지만 생산 능력이 없어 흑자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