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알뜰주유소

정부가 `묘한 기름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알뜰주유소.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세제혜택에 3000만원의 시설개선자금, 주유소 당 최대 5억원이라는 외상거래자금 지원 등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기름값 인하효과는 묘연하다. 기름값이 인근 주유소보다 싸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도 많고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 때문에 주유소 폐업이 늘고 있다고 성토한다.

[기자수첩]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알뜰주유소

기름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불만이지만 정부는 연말까지 알뜰주유소를 1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정유·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 실패를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주유소는 1만3000개를 돌파하며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주유소 월평균 판매량은 1991년 약 2000드럼에서 지난해 1000드럼 미만으로 급락했다. 정부의 거리제한 폐지 후 급격히 늘어난 주유소들은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였다. 경쟁력이 떨어진 주유소 폐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며 주유소를 늘리는 정책인 알뜰주유소를 들고 나왔다. 시장논리에 따라 도태될 수순이었던 주유소들을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고 세금으로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폐업 일보 직전인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해서 이윤을 남기려면 정부로부터 저렴한 기름을 넉넉히 공급받아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식의 영업이 성황을 이뤄야 한다.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가 성공하려면 적어도 ℓ당 60원 싸게 종전보다 2배 이상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는 정유사보다 ℓ당 100원 싸게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정부는 그나마 별로 싸지 않은 기름도 알뜰주유소 확대 속도에 맞춰 넉넉히 공급하지 못했다.

원래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던 알뜰주유소는 급속히 타격을 받았고 심지어 폐업하는 곳도 생겨났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알뜰주유소의 폐업 도미노는 불 보듯 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실효성이 부족한 알뜰주유소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고유가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의 시름을 줄여주기 위해 유류세 인하와 같은 실질적인 대책을 고민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