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휴대폰 제조사, 탈(脫) 안드로이드…저가폰 대응 멀티OS 전략 펼친다

#.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ZTE는 12월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로 알려진 모질라재단과 손잡고 자체 모바일 운용체계(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앞서 7월 모질라는 HTML5 기반 `파이어폭스OS`를 선보였다. 게리 코박스 모질라 CEO는 “불필요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를 사용하기 보다는 웹에서 실행시켜 질 좋은 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히 시유 ZTE 부사장은 차이나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하나의 OS에만 의존하는 것을 피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구글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OS를 개발하는 등 복수 OS 전략을 수립했다. 구글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한편, 자국 시장은 물론이고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저가폰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전략을 세운 것은 비단 ZTE뿐 아니다. 얼마 전 에이서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개발한 `알리윤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5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티안유 역시 알리윤 스마트폰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도 자체 개발한 OS로 스마트폰을 내놨다. 이들은 이미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분기 중국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70%의 점유율을 보였다. MS 윈도OS(7%), 애플 iOS(6%)를 제외한 13%가량은 자체 개발한 OS가 자치했다.

이들이 채택한 모질라 파이어폭스OS나 알리윤OS, 바이두OS 등의 특징은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나 최적화가 쉽다는 점이다. 즉, 저가 스마트폰을 만들기에 용이하다. 최근 중국에서 불고 있는 `1000위안대(약 18만5000원)` 스마트폰 열풍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안드로이드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들고 나머지 OS로는 중국 내수시장 및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저가폰을 양산하는, 이른바 이원화 전략인 셈이다. ZTE는 파이어폭스폰의 첫 출시 국가로 브라질을 선택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이 만든 OS는 중국어 입출력이 쉽고 웹 기반 OS라 가볍다. 가장 큰 이점은 안드로이드 OS 사용에 따른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향후 OS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 등을 대비해 구글과의 협상력을 키울 수도 있다.

피에르 패라구 샌포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된 모바일 OS 시장에서 새 OS의 등장이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된다”며 “그러나 처음부터 저가형 시장만을 공략해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면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