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끝나지 않은 도전

[북스 클로즈업] 끝나지 않은 도전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침 꿈이 깊었나.`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겸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낸 자서전 `끝나지 않은 도전-도전과 개척의 삶 60년` 1장에는 그의 애창곡 `선구자`가 등장한다. 그는 소유보다 도전 그 자체에서 삶의 기쁨을 느꼈고, 실제로 벤처업계 선구자의 길을 걸었다.

고등학교 시절 문과생이던 그는 이과로 전과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벤처인의 길을 준비한다. 1971년 정권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 법관을 징계한 `사법 파동`에 충격을 받고 순수과학, 그 중에서도 전자공학을 선택한 것이다.

첫 직장 대한전선을 거쳐 카이스트 박사과정 때 국내 첫 벤처라 불리는 `메디슨`을 창립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세계적 초음파진단 기술을 개발했지만 경쟁기업이 GS, 지멘스, 필립스라고 하니 아무도 투자를 안 한 것이다. “?은 나이에 회사 한 번 말아먹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메디슨이다.

1985년 설립된 메디슨은 2000년 연매출 3000억원에 이르는 세계적 의료기기 전문업체로 성장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2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부도를 맞는다. 이민화 교수는 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쟁에 휘말려 부도가 나는 뒷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 교수는 메디슨을 떠난 이후 국내 벤처산업 육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세계적 벤처기업을 키워낸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벤처기업협회 출범에서부터 코스닥 도입,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디지털단지 구축, 벤처 세계화 프로젝트 인케 창립 등 한국 벤처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탄생한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유라시안 네트워크의 허브 국가로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위한 유라시안 인문학 운동, 젊은이의 벤처 창업 지원, 영재 교육 혁신, 디지털 병원 수출을 앞으로 해 나갈 4대 도전 키워드로 제시한다. 말 그대로 그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이 남은 셈이다.

그는 2000년 닷컴버블의 책임을 지나치게 벤처인들에게 돌리는 세태에 쓴소리를 던진다. 잘못된 인식 때문에 벤처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가 강화됐고, 이후 NHN이나 휴맥스 같은 스타 벤처기업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버블 시대에 뿌려진 엄청난 기술 씨앗 투자들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피어나고 있다. 벤처의 매출은 이미 삼성전자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민화 지음. 북콘서트 펴냄. 1만8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