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스파게티볼 효과

관세청에 유례없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지난달 22일. 자유무역협정문의 해석 오류로 한 수입업체가 내지 않아도 될 관세를 추징당한 것이다.

지난 2006년 우리나라와 인도, 중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6개국이 맺은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APTA)`의 협정문상 원산지 증명 관련 서류 중 일부의 해석을 서울 관세청이 잘못하는 바람에 해당 업체는 7월분 추가 관세로 3억3000만원을 더 내야했다.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의 조정으로 다행히 환급받기는 했지만 중소 무역업체 입장에서는 회사 생사가 걸렸던 문제였다.

이처럼 한 국가가 여러 나라와 동시에 FTA를 체결하게 되면서 각각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절차 등이 서로 뒤엉킨 혼란이 실제로 발생한다.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다.

미국 콜럼비아대학교의 자그다시 바그와티 교수가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스파게티 그릇 안의 면발이 서로 복잡하게 얽힌 것처럼 여러 나라와 동시에 FTA를 체결하게 되면 각각 다른 원산지 규정, 통관절차 등이 서로 뒤엉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우리와 미국만 해도 `한미FTA`를 비롯해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총 3개의 무역 협정으로 묶였다. 싱가포르와 한·싱FTA와 한·아세안, 아세안+3, 아세안+3+3FTA, FTAAP, TPP 총 6개 FTA가 가동된다. 중국과도 협상중인 한중 FTA를 비롯해 모두 6개의 FTA로 얽히고설킨 상태다.

바야흐로 대권 시즌에 접어들면서 또다시 FTA가 핫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찬반 논쟁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이, FTA는 이렇듯 복잡하게 진화·발전해 가고 있다. 누가 대권을 잡든, 이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FTA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