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디스플레이 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A2 라인 증설 투자마저 감감무소식이다. 장비 업계로선 올해 설비 투자 가뭄 탓에 아사 상태에 이를 지경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장비 기업들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A2 증설 투자가 임박한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 발주가 나지 않았다. A2 라인 증설 투자 발주는 오는 12월 이후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A2는 탕정 단지 안에 있는 세계 최초의 5.5세대(1300×1500㎜)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라인이다. 2011년 5월 가동을 시작해 생산능력(CAPA)은 투입 원판 기준 월 8000장에 이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 시리즈 등 AM OLED 스마트폰 인기로 인해 공급 부족을 겪으면서 생산 능력 확대를 검토했다. 올 초 신규 공장(A3) 건설까지 시작했다. 하지만 차세대 양산 기술 개발 지연과 경기 침체 등으로 가동 시기를 늦췄다.
지난 상반기 A3 라인용 장비를 일부 발주했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그보다 더 적은 규모의 A2 증설 투자를 검토했다. A3는 내년 이후로 가동 일정을 연기하면서 공장 완공 시점도 6개월가량 미뤄졌다. A2 증설 투자 생산 능력은 월 2만4000장 규모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차일피일 미뤄져 지금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 인해 부풀어 올랐던 장비 업계의 기대감도 수그러들었다.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의 신규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중국에 많은 공장이 들어섰지만 아직 수주 단계는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쑤저우와 광저우에 이제 갓 기반 공사를 시작한 정도다. 중국 BOE는 오르도스에 5.5세대 AM OLED 공장을 짓고 있지만 장비 발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금은 업그레이드와 보완 투자 정도만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업계의 먹거리로 남아 있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 시점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 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A2 라인의 현 공정은 유리 기판 공정이지만 증설 라인이나 A3는 플렉시블 전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가 전무한 상태여서 더욱 발주를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다”며 “디스플레이 업계 전체적으로는 내년 이후에야 얼어붙은 투자가 풀릴 것”으로 바라봤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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