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의 이공계 기피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이공계 기피 종합 대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올림피아드 입상자가 대학진학을 앞두고 인문계로 진로를 바꾸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과학자를 꿈꾸던 학생이 결정적 순간에 법대나 의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이공계의 장래`에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공계 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인 직장을 잡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렵사리 연구원 등에 들어가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국회가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시절 이공계 연구원이 감원 1순위였다.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이공계 고용불안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공계 보다는 안정적인 의사나 변호사, 판·검사 등 전문직을 선호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서울 공대 진학률이 급격하게 낮아졌고 대학원 공동화 현상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회는 또 정부가 과학기술과 교육을 융합해 초중등 과정부터 생애 주기에 걸쳐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자 연구몰입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창의적 과학기술인재대국을 위한 제2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안)`을 내놨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를 위한 암기식 교육에 몰입해 창의성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출연연의 교육 참여와 연구몰입환경 조성도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출연연 선진화 논의는 3년째 답보 상태다. 특히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는 이공계 직업불안의 핵심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진 만큼 어느 한순간 없앨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학기술인이 긍지를 느낄 수 있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