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 페이스북 월간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지난달 밝혔다. 19세 미만 사용자를 제외하더라도 적어도 유권자 5분의 1 이상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트위터가 출시된 지 6년째인 올해, 트위터 이용자 수도 3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톡은 사용자 5000만명을 돌파 스마트폰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매체가 됐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줄곧 열세였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기폭제가 인터넷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선거판 전체를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SNS 선거운동에서 기선을 잡았다. SNS, 스마트폰, 동영상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대의제 아래에서도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가미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동교동 카페 꼼마 2호점에서 열린 `문재인의 동행` 타운홀 미팅은 그 성과를 자랑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7월 문을 연 정책제안 사이트 `국민명령1호(www.peopleorder.net)`에 올라 온 정책 제안자들이 직접 참석해 문 후보와 의견을 교환했다.
국민명령1호는 이른바 `크라우드(Crowd) 정책 소싱`이다. 이 사이트에는 국민 누구나 접속해서 자신이 바라는 정책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선거는 각 후보가 전문가 의견을 물어 정책안을 내놓으면 그 공약을 보고 유권자가 선택하는 일방향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양방향 소통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SNS 아이디로 로그인을 할 수 있어서 제안한 정책이 당사자 SNS상에서 자연스럽게 퍼질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도 함께 출시해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추천을 많이 받은 정책 위주로 18개 후보작이 선정되면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홈페이지와 모바일에서 투표를 진행해 1위를 뽑는다. 1위 정책은 만약 문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면 첫 번째 행정명령으로 공표될 예정이다.
ICT를 이용한 양방향 소통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실시간 생중계도 도입했다. 타운홀 미팅은 곰TV, 유스트림, 아프리카TV, 오마이TV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에서 생중계됐다. 망치부인, 시사평론가 유창선씨 등과는 직접 연결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중계 당시 6만4000명이 시청했고, 이후 1주일간 곰TV와 아프리카TV에서만 16만명 이상이 영상을 다시 봤다”고 말했다. 김봉준 국민명령1호 팀장은 “스마트폰을 대부분 가지고 다니는 요즘은 사람이 플랫폼이 되는 시대라고 봤다”며 “유권자들이 직접 정책과 문 후보의 생각을 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 매체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플랫폼을 늘린다는 차원이 아니라 누가 어떤 정책을 냈는지 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해시태그를 도입했다.
문 후보 측에서는 이 행사가 마무리되는 10월 말께 약 7000~8000건의 정책이 제안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으로 정책 멘토단을 뽑아 시민캠프도 꾸렸다. 디지털캠페인본부장을 맡았던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정책 조언자 역할을 할 미래캠프에는 참여정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박기영 순천대 교수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 김수현 세종대 교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간간이 `문재인`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올라오는 글은 문 후보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직접적으로 후보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창구는 하나 더 있다. 물론 캠프에서 운영하는 아이디도 있다.
이 모든 방법을 활용해 문 후보는 선거운동 방식 50% 이상을 온라인·모바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선거 비용도 새로운 세태를 반영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조성키로 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초기 창업자금을 조달받거나 새롭게 등장한 기부·모임 사이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지난달 26일 우원식 총무본부장은 “펀드 이름은 `문재인 담쟁이 펀드`로 추석 직후 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총 4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고 대선 후보가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가 국고에서 보전되기 때문에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문 후보 측은 앞으로 선거활동 과정에서 도입하는 다양한 소통창의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누구든 가져다 쓸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소통도구 활용 측면에서 문 후보의 디지털 마인드는 충분히 진보해 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인터넷을 활용해 경선·대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했던 게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문 후보뿐 아니라 다른 경쟁자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SNS를 활용하고 있다. 실시간 의견이 모이고 확산이 빠른 SNS에서는 호의적인 글이 퍼지는 만큼 부정적인 의견의 전파속도도 빠르다.
차별성을 가진 전략과 명확한 방향성을 갖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렇고 그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고, 장점도 드러나기 힘들다. 자칫 상대 네거티브 덫에 걸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디지털선거전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도구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ICT산업 육성책 등 ICT산업 전반을 위한 공약에는 구체성이 떨어졌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