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시작된 한류(韓流)가 아이돌 가수로 이어지다 사그라질 위기에 내몰렸으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큰 바람을 일으키면서 다시 명맥을 유지했다.
정보통신 분야에도 한류가 존재했었던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창적 정부조직이었던 `정보통신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 조직을 벤치마킹해 정보통신 분야 전담부처를 만든 국가가 29개에 달할 정도다.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별칭이 생긴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정보통신부의 일생에 대한 기록이다. 전자신문은 매주 금요일자에 `정보통신부, 그 시작과 끝`이라는 특별기획물을 연재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가 1994년 12월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했던 것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를 거쳐 2008년 1월 간판을 내리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2년 4개월간 100회를 훌쩍 넘은 연재물 중 1회부터 43회분까지를 묶은 첫 번째 이야기다. 시기적으로는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의 절반까지에 해당한다. 이후는 시리즈로 이어간다.
제목에 `대통령`을 내건 의도가 의미심장하다. 정보통신부의 역사를 통해 각 대통령의 ICT 육성 의지를 투영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민정부에서 출발한 정보통신부는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까지 역할을 이어가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해체됐다. ICT 업무가 4개 부처로 분산되면서 ICT 경쟁력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자신문 객원 대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과거를 성찰해 미래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ICT 정책을 총괄하는 독임 부처 신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 정책을 주도했던 이전 부처에 대한 평가가 저자의 의도대로 `교훈`으로 작동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공정한 평가`를 위해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한 흔적이 역력해 최소한 사익을 위한 역사의 훼손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생생한 육성으로 전달되는 정보통신사(史)는 대하드라마를 보듯 막힘없이 흘러 독서의 계절에 머리와 마음을 채울 양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이해가 어려웠던 통신기술도 그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쉽게 다가온다. 기술 표준화부터 대기업과의 막후 협상, 외국 정부와 밀고 당겼던 뒷이야기는 흥미를 더 한다.
이현덕 지음. 북콘서트 펴냄. 1만5000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