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있었던 하계학술대회에서 정말 놀랄만한 일이 있었다. 앳된 얼굴의 중학교 학생이 실시간과 비실시간 질의응답시스템 관련 컴퓨터 과학을 주제로 우수 논문상을 받은 것이다. 사실 이번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IT기반 창의적 문제해결력 경진대회`에서 중학생팀이 전체 1등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이때마다 우리 학생의 우수성을 확인할 뿐 아니라 이들이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이끄는 밑거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기쁨도 잠시, 여러 걱정이 뇌리를 스친다. 우수한 중학생이 고등학교에서도 정보과학을 공부하고 대학 컴퓨터관련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연계성을 공교육에서 받을 수 있을까? 초·중등 정보통신 기술교육 운영지침의 사실상 철폐로 시작된 정보교육 실종이 IT강국 미래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의 경우 기술가정을 배워야지만 정보과목을 배울 수 있도록 편성되어 있다. 제도와 정책에서 정보과목이 배제되어 IT인재육성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지네트 윙 교수는 컴퓨터과학 원리를 문제해결에 적용하고자하는 정보과학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이 비단 컴퓨터과학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 학문분야에서 논리적 사고, 수학적 사고, 과학적 사고 등과 함께 사용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오히려 지식정보화시대에 창의적 문제해결 핵심 수단으로 갖춰야할 능력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IT인재의 경우는 필수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미래가 인재에게 달려있고 국가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역량 있는 IT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각종 자료에서 보여준다. 하지만 초·중·고등학교에서 컴퓨터를 경험해보지 못한 학생이 대학에 와서 갑자기 IT인재로 양성될 수 있는 것인가? 적어도 학교에서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IT인재육성을 위한 국가적 생애주기형 계획수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초·증등교육, 고등교육, 재직자 등을 포함하는 국가적인 인재육성정책이 상호연계성을 유지하며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중등교육에서는 정보를 정보과학으로 개편해 과학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컴퓨터과학 원리와 정보과학적 사고력을 강화하는 정보과학으로 개편해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계성을 확보하도록 IT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미래 IT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공교육의 제도적 뒷받침으로서 필요한 조치이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IT인재육성의 과제에 대해 공교육이 나서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인재육성과 산업정책이 함께하기 위해 정부 한 부처에서 집중 관리하는 것을 검토해볼만 하다. 그저 IT인재를 직업교육의 대상으로만 치부하거나 정보과목을 수많은 과목 중에 하나로 생각하는 부처와 미래 IT강국의 핵심 자산으로 생각하는 부처의 시각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이나 추진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일관되고 효과적인 정책 추진체로서 IT관련 부처가 IT 공교육 기능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IT인재육성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IT정책과 함께하는 통합체로서 조직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IT 인재를 위한 역량평가 정책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능력평가를 경력이나 학력에 의존하여 평가하고 있으나, 개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핵심 역량 평가를 도입해 나이· 성별· 경력· 학력 등을 초월하는 기준을 마련한다면, 소프트웨어 대가산정, 특성화고의 교육과정, 고등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재직자 능력향상 등 소프트IT 인재 양성의 큰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미래는 인재에게 있으며 그중 IT인재는 우리 미래의 대한민국을 건설할 핵심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안성진 미래IT강국전국연합 공동대표·성균관대 교수(sjahn@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