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 시대 최고 권위 상으로 평가받는 상이다. 오는 8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화학·문학·평화·경제학 총 6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발표한다.
인류 문명 발전에 가장 크게 공헌한 인물을 뽑는 것이니 만큼 해당 수상자는 물론이고 수상자 조국에도 영예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상자를 얼마나 배출했는지에 따라 국가 위상도 달라진다.
노벨상의 절반은 기초과학 분야에 집중됐다. 기초과학은 모든 응용 기술의 뼈대가 되는 학문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응용 기술도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다.
반세기간 고속 성장을 거듭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이미 세계인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 경쟁력 순위 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세계 2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궈냈지만 유독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다.
이유가 있다. 기초과학에서 파생되는 원천 기술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기술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기술무역수지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최하위다. `원천기술`이 부족한 탓에 기술 대외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기초과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과학자도 거의 없다.
`18 대 1`. 얼마 전 기자 간담회에서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이 외친 건배사다. 일본이 그간 총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한 명밖에 내지 못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노벨상 기초과학 분야는 단 한 명도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반면에 일본은 17명이 기초과학 분야 수상자다. 축구로 치자면 완전 참패다.
단기간에 성과를 바라는 우리나라 정부 정책으로는 기초과학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 발전된 국가 미래를 위해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신선미 전국취재 차장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