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제주도에서 교원 워크숍을 진행 중이던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은 멀리서 날아온 `반가운 소식`에 표정관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워크숍 현장에 도착한 낭보는 올해 평가된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Citations per Faculty)` 항목에서 GIST가 세계 7위에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설립 20년이 채 안된 GIST가 쟁쟁한 해외 명문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소식에 학교 구성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지만,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잠시였다. 공식 공문을 통해 내용을 재차 확인한 200여명의 교수와 교직원들은 모두 얼싸 앉고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호남권에 위치한 연구·교육기관이라는 지리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쾌거였다.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력을 자랑하는 광주과학기술원이 첨단산업 R&D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올해 광주의 주력산업인 광산업과 연계한 특화캠퍼스 구축과 과학비즈니스벨트, 광주연구개발특구 기술상용화 중심센터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GIST의 강점은 탁월한 교육 및 연구성과,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QS가 매년 발표하는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문에서 GIST는 5년 연속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교수 1인당 피인용 수`는 연구 실적, 논문의 질, 대학의 평균적인 연구 역량 등을 보여주는 항목이다. 연구자의 논문이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많이 인용될수록 의미 있고 탁월한 연구 성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구의 질적 수준을 증명하는 가장 객관적인 평가 기준으로 꼽힌다.
QS는 이번 평가에서 세계 최대 논문 초록 및 인용 횟수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푸스`(Scopus)를 활용해 최근 5년간 교수 1인당 논문 인용 횟수를 집계해 평가 지표로 활용했다.
이 항목의 세계 10위권에는 `글로벌 톱클래스`로 불리는 미국 대학들이 대거 포함됐다. 1위는 미국 록펠러대, 2위는 캘리포니아공대, 3위는 스탠퍼드대, 4위는 UC샌프란시스코, 5위는 하버드대가 차지했다. GIST는 지난해 99.7점으로 12위에 올랐고 올해는 100점(1~6위 모두 100점)으로 상위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계 100위권 대학에는 대부분 미국 대학과 영국·스웨덴·네덜란드·스위스 등 유럽 대학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대학 중에는 GIST에 이어 포스텍이 77위(지난해 69위)를 기록해 100위권 내에 2개 학교가 순위에 올랐다. KAIST는 197위, 서울대는 222위를 차지했다.
GIST는 세계 수준의 교수 연구력을 일궈낸 일등공신으로 성과 중심의 교수업적 평가 시스템을 꼽았다. GIST는 매년 교수 업적 평가 시 분야별 상위 10% 또는 30% 이내 SCI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며 논문의 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또 연구자의 참여 정도를 실적에 반영하기 위해 공저자보다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보다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연봉, 승진, 재계약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KAIST나 포스텍보다 규모는 작지만 평균적인 연구 역량과 효율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다. 1993년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설립돼 대학원 과정만 운영하다 2010학년도부터 학사과정을 신설한 이후, 학·석·박사 과정을 연계하는 유기적인 교육·연구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IST는 20년내에 칼텍 수준의 세계적인 대학 도약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칼텍의 교육방법, 교과과정, 실험실 등을 벤치마킹해 심화된 기초과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칼텍과 교류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은 GIST가 유일하다.
11일에는 GIST와 칼텍이 교수·학생 교류 확대 및 공동융합연구소 설립 등을 담은 양해각서도 교환할 예정이다. GIST 대학 지원자도 해마다 증가해 최근 `2013학년도 GIST대학(학사과정) 수시모집`에선 역대 최고인 10.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창의력의 원천이 되는 교양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고전 100권 읽기와 기숙사 하우스제도를 통해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무학점 4학기 악기교육과 무학점 6학기 체육교육을 필수 이수하도록해 예술적 감각을 겸비한 과학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김영준 총장은 “지속적인 연구 성과 창출을 독려하고자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도, 우수학술상 등 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올해 QS 평가를 통해 GIST가 글로벌 대학들에 버금가는 연구수준을 갖췄다는 점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그동안 광주과학원기술원 구성원들이 성과 중심의 교수 업적 평가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치열하게 땀흘려 연구한 결실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애정과 진심어린 관심이 이루어 낸 소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광주과학기술원의 연구결과를 지역산업발전과 직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적인 첨단산업도시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