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은 물류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더 많아진 국가 및 기업 간 원거리 물류량과 불어난 정보를 실시간 관리하는 수준은 물류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물류 기업들이 IT에 힘을 싣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보화 경쟁 시대로 접어든 물류 산업에서 CI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CJ GLS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아온 정태영 CJ GLS 정보전략실장(상무)은 “물류기업에서 정보 시스템이 곧 작업 효율이고 서비스 수준과 원가를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단언했다. CJ GLS는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모바일, 전자태그(RFID), 센서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IT를 물류업에 접목해 왔다.
◇택배기사 절반 이상 `스마트폰으로 똑똑한 경로찾기`=CJ GLS가 최근 확대 중인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업무는 하루 단위로 매겨지던 물류 업무 기준 시계를 실시간 수준으로 바꿔놨다. 이미 CJ GLS의 택배 기사 중 절반 이상은 스마트폰으로 택배 업무를 하고 있다.
CJ GLS의 `비즈맵`은 택배 기사가 택배를 어떻게 어디로 배달해야 할지 알려주는 똑똑한 지도다. `어느 순서로 나르는 것이 효과적인지` 등 몇 곳의 위치를 연결해 찾아갈 수 있는 경로(Path)까지 만들어 준다.
IT 개발에서도 물류 현장을 중시하는 CJ GLS의 철학을 모바일 기술에 녹인 것이다. 정 상무는 “과거처럼 기사들이 큰 지도를 펼쳐 다니거나 바코드를 읽기 위한 스캔폰 등 업무를 위한 모바일 장비를 따로 휴대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앞선 국내 모바일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시스템으로 물류 현장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현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국의 앞선 모바일 기술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접목해 새로운 모바일 물류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통운도 최근 이 시스템을 오픈했다.
모바일 `비즈맵` 시스템이 중앙 시스템과 연계돼 기사가 배달 결과를 찍으면 배달 완료 여부가 실시간 처리된다. 과거에는 종종 퇴근 시간이 되서야 한꺼번에 `배달 완료` 표시됐지만 이제는 배달 즉시 그 결과를 소비자와 본사가 확인할 수 있다.
CJ GLS는 택배뿐 아니라 비행기와 배로 물건을 이송하는 3자물류(3PL) 업무에도 모바일 기기를 적용해 위치, 스케줄, 재고와 트래킹 정보를 고객이 직접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동남아 등 일부 해외 지역에도 확산하고 있다.
정 상무는 “업무 범위에 따라 PDA, RF,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모바일 프린터, 블루투스 스캐너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물류·택배 시스템 개발도 이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면서 “대한통운과 모바일 기기, 개발 및 통신 방식을 표준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물류 센서가 지구를 살린다=정 상무는 `스마트 센서`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정 상무는 “제약 및 헬스케어 상품의 경우 온습도 모니터링과 제어가 생명”이라면서 “서비스 고객군의 특성에 따라 모바일로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운송 기사의 운전 행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운전습관을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기량을 절감토록 하는 등의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으며 전자태그(RFID),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활용해 차량 온습도, 에코 드라이빙을 위한 운행기록, 보안관리까지 할 수 있는 `쿨가디언`은 CJ GLS의 대표적 친환경 시스템이다. 쿨가디언-타코는 차량 운행 정보에서 온습도까지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운행기록 시스템이다.
정 상무는 “물류센터를 비롯해 관제실에서도 차량운행현황을 확인하고 스마트폰으로 차량주행정보를 실시간으로 본 후 사고 예방에 용이하고 문제 발생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면서 “특히 배송시간 및 온도 관리가 생명인 저온물류 분야에서 한층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태블릿PC를 디지털 운행기록계(DTG)와 연계해 차량의 위치, 운행 기록, 온도 상태 및 업무 보고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RFID 및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기반 무선 표시 시스템 목적물류시스템(MPS)은 제품의 출고 분류 등의 업무에 RFID로 정확도와 속도를 높여 작업 리드타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택배상품에 RFID/USN 기술을 활용해 고가 상품에 대한 제품 및 차량의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파슬 딜리버리 시스템(HPDS)도 확대중이다.
◇물류업은 `민감도`가 생명…속도 중심 혁신=이같은 모바일과 센서 등 IT의 확산은 쉽게 말해 보다 `민감한` 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스피드 혁신 작업 일환이다. 정 상무가 생각하는 물류 기업 시스템의 핵심 경쟁력은 `민감도`에 달려 있으며 CJ GLS와 대한통운의 핵심 차세대 시스템도 이 같은 기조 하에 개발되고 있다.
정 상무는 “일반적으로 제조 기업들이 1~2년간의 R&D를 거쳐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의 반응을 얻기까지 연 단위 사이클을 거친다면, 물류 기업의 경우 하루 단위로 비즈니스에 대한 주문에서 결과까지 완료된다”면서 “전 산업군에서 물류업계 CEO와 임원들이 가장 민감하면서도 예민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이를 위한 핵심 시스템이 각 물류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저빌리티` 시스템이다. CJ GLS는 3D 비저빌리티 시스템을 개발해 랙(lack)에 보관된 제품의 성질, 유통기한, 재고 보관일수 등 정보를 한눈에 파악한다. 정 상무는 “물류의 흐름과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도록 하면서, 세분화된 기준정보를 갖추고 다양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 체계를 보유했느냐가 바로 물류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화주 기업과 인터페이스를 갖추면서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중앙 집계 및 분석해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정 상무는 물류 기업으로서 IT를 통해 △빠른 속도 △고객별 특화 전략 △통찰력 있는 가시성을 제공해 기업과 소비자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 상무는 “세 달이 걸리던 물류 시스템 구현도 한 달로 줄이는 등 시스템 구축 기간을 줄이고, 각 산업군별 특성을 잘 반영해 특화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면서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와 파트너간 업무가 잘 진행되는지 파트너, 사업, 경영 특성에 대한 가시성 제공해 줄수 있는지 여부가 물류 기업이 IT를 통해 더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영 CJ GLS 상무는.
정태영 CJ GLS 상무는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삼성SDS에 입사한 이후 2003년 CJ시스템즈에 입사해 전략기획팀장 정보기술연구소장을 거쳤다. 기술 인프라지원실장 등을 거쳐 2008년 4월부터 CJ시스템즈 그룹 정보전략실장을 수행한 데 이어 2010년 1월부터 CJ시스템즈 대표를 맡았으며 지난해 11월 CJ GLS 정보전략실장으로 임명됐으며 CJ GLS와 대한통운의 CIO 역할을 맡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