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IT의 역할을 인문학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교도 그중 하나다. 대교는 IT 기획과 개발을 맡고 있는 CIT전략실 부서원들이 최고정보책임자(CIO)와 매주 인문학을 접목한 IT 역할을 토론하고 있다.

대교 CIT전략실은 다른 기업과 다르게 `도형`으로 미팅 때마다 나의 생각과 방향성을 피력하고 부서원의 피드백을 수렴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CIO와 IT부서의 역할 관점에서 풀이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도형으로 보면 IT부서는 없어선 안 될 `흰 배경`=IBM·시스코 등 외국기업에서 `을`로 살다 국내 기업 CIO라는 `갑` 자리로 옮기면서, 문화적 차이와 업무적 낯섦으로 인해 초반에 좌충우돌하는 시기가 있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CIO로서 리더십을 생각하게 됐고 공대 출신인 이 초보 CIO는 `도형`을 이용한 설명이 편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과 소통에 그림을 활용하게 됐다. 도형은 정확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호리병을 말로 설명한다고 가정해보자. 입구는 약간 넓고 목 부분이 상대적으로 좁으며 좌우 대칭에 바닥 1/3부분부터 반경이 다시 작아진다. 말로 들으면 바로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간단히 호리병 그림을 그리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림1〉 도형 중 가장 큰 도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부서원들에게 문제를 냈을 때 부서원들은 각자 다른 답을 내놨다. 원이 최소 둘레의 최대면적이란 이론적 근거로 동그라미라고 주장하는 사람, 하늘의 별이 눈에는 작게 보이지만 실제는 거대한 항성이라며 별 모양이 제일 크다는 우주적 낭만파 등 부서원들의 답변은 다양했다. 이처럼 간단한 문제에 다양하고 복잡한 답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나의 답은 배경이 되는 흰색 사각형이었다. 사실 이 도형과 각 부서원들의 대답은 IT 부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IT부서가 가장 주목 받을 때가 전산장애가 났을 때라는 자조 섞인 말처럼 없을 때 비로소 존재감이 느껴지는 IT업무의 특성에 IT인력의 사기가 떨어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CIO는 〈그림1〉을 통해 질문과 답을 하며 “눈에 쉽게 들어오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표가 아니라 현업을 뒷받침하는, 즉 눈에 안 띄는 배경의 커다란 흰색 사각형이 바로 IT부서”며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여러분들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CIO 리더십은 부서원 역량과 결합…부서원 역량강화는 T자로=처음 CIO를 맡고 나서는 IT부서의 위상과 역할이 많이 달라져있음을 체감했다.
정형업무보다는 다양한 비정형업무로, 고정 단말에서 모바일로, 업무지원에서 사업지원 또는 사업의 핵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 효율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서비스 제공에 주력했다면 지금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툴로 진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무언가 다른 CIO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CIO들과 국내 기업의 임원들을 두루 만나본 결과 기업과 임원개인의 특성에 따라 두 가지 리더십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업무를 철저히 알고 자신의 통제 하에 관리하는 유형과 부서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나뉘어졌다.
〈그림2〉는 CIO로서 리더십 유형과 부서원의 역량의 결합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과거에는 전문가적 지식으로 부서원보다 많은 경험과 지식으로 타입1 처럼 부서 전체를 관리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 기술이 매일 등장하는 지금의 IT환경에서 CIO가 모든 부문을 깊게 알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개별 인력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IT 환경에서는 개인의 능동성을 지원할 수 있는 타입2가 더 큰 업무 생산성을 가져올 수 있다. 대교는 타입2를 지향해 IT부서를 이끌고 있다.
CIO는 또 핵심과제인 부서원의 역량강화도 〈그림3〉과 같이 도형으로 설명하고 공유하기도 했다. 분명 사람의 역량(실제는 역량을 키우는 시간 등의 자원의 양)은 한계가 있다. 일정량의 역량을 넓게 두루 아는 이도 있을 것이고, 좁고 깊게 몰두하는 전문가형도 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IT부서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는 한 분야의 전문성과 더불어 폭넓은 지식에도 자신의 역량을 배분하는 T자형 모델이다. 〈그림3〉 처럼 전체 역량이 T자를 감싸는 사각형크기로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부서원들 대부분이 지금은 전문가형 이겠지만 점차 T자의 모습을 갖춰가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박승남 대교 CIT전략실장(상무) seungnam_park@daek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