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연구회(산기회·이사장 장호남)가 최근 세계 1등 도전과제 8개를 내놨다. 연평균 1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기술들이다. 지난해 공개한 6개 기술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20개를 선보였다. 전자신문은 산기회와 공동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베스트 오브 베스트` 3개를 선정해 해당 기술의 연구개발 뒷얘기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생산기술연구원 `에코마그네슘 합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생긴 이래 가장 큰 대박은 `합금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김세광 수석연구원의 에코 마그네슘(ECO-Mg) 원천 소재 개발이다. 세계 굴지의 항공업체 보잉과 소재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15년간 로열티로만 60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로열티 수입은 30억원이다.
◇상식 깬 `21세기 연금술`
김 수석연구원은 에코 마그네슘 개발을 겸손하게 `소꼬리로 파리 잡은 격`에 비유했다.
“금속인 마그네슘에 비금속 산화칼슘을 첨가하면 당연히 복합재료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합금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운이 좋았던 거지요.”
과학기술계는 이를 상식 밖의 연구결과로 받아 들였다.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기술을 개발했다는 칭찬도 쏟아졌다.
김 수석연구원이 합금 연구에 들어간 시기는 대략 2004년부터다. 금속 중 가장 가벼운 마그네슘의 합금과정에서 발화와 산화특성을 방지하기 위해 온실기체로 분류된 육불화황(SF6)을 쓴다는데 착안, 표면막 형성에 관심을 두게 됐다.
◇검증은 대기업이 알아서 척척
HMK에 기술이전한 뒤 김 수석연구원은 이 결과를 2009년 5월 국제마그네슘협회(IMA) 포럼에서 공개했다. 샘플도 1000개를 준비해 나눠줬다. 각 연구자들이 테스트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때부터 데이터 검증은 마그네슘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알아서 맡아 진행했다.
에코 마그네슘을 복합화해 알루미늄에 적용하는 에코 알루미늄 연구도 병행해 진행됐다.
김 수석연구원은 “에코 마그네슘을 알루미늄과 결합시킨 에코 알루미늄 시장은 마그네슘 시장보다 더 크다”며 “국내 알루미늄 시장이 전 세계 마그네슘 시장보다 더 크다면 말 다한 것 아닙니까.”
◇보잉 테스트도 단박에 통과
김 수석연구원에게 보잉 테스트는 `날개`를 달아줬다.
“미연방항공국(FAA)이 정한 마그네슘 발화방지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에 산화칼슘 함량이 각각 0.5%, 1.0%, 1.5% 함유된 3종의 시제품을 가져갔는 데 0.5%는 어려울 것이고 내심 1.0%에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0.5%에서 바로 통과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원은 당시의 감흥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마그네슘 글로벌 기업인 `MEL`보다도 더 우수한 발화 저항성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후 국내 대기업을 비롯한 독일 주요 자동차 회사 등과 테스트 및 계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생기원 측은 “향후 기술료 창출액만 수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