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한국 넥슨에서 온 한 게임 개발자가 인터넷 카페에서 게임을 하다 갑자기 장미꽃 이미지를 만든다. 옆에서 심심해하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그는 게임을 계속 할 수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아이템에 기반한 한국식(아시아식) 게임이 탄생한다.”
로이터는 7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특유의 `아이템(Virtual Good)` 기반 게임의 미국 시장 점령 가능성을 진단하면서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글로벌 게임 산업 기반이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아이템에 기반한 아시아식 게임이 미국 시장에 대거 침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미국 게임 시장은 엑스박스와 같은 콘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지금도 게임시장 전체 매출의 절반인 750억달러 정도가 전통적인 콘솔 게임에서 나온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 온라인 게임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고 있다. 구글이 칸자스시티, 미주리 주 등에 초고속 통신망을 도입하는 등 미국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등 휴대용 기기가 대량 보급되면서 모바일 게임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 게임 업체들의 대응은 더디다. 대표적인 게 페이스북의 징가(Zynga)다. 기본적으로 `시간 때우기(time killer)`용의 짧고 단순한 게임이 주를 이루다보니 쉽게 질려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징가는 지난 5일 연매출 목표치를 12억3000만달러에서 11억달러로 또 다시 하향조정하면서 주가가 19%나 폭락했다.
반면 아시아식 아이템 기반 게임은 승승장구다. 게임 아이템 거래 규모는 연간 150억달러로 커졌다. 이 가운데 100억달러 정도가 아시아 지역에서 거래된다.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거래 규모는 2015년 2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아시아 게임 업체들은 지금을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미국 진출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PC 보급 정체로 아시아 게임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는 반면 미국에서는 아이템 기반 게임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과 일본 데나(DeNA), 그리(GREE) 등이 올해 미국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넥슨은 PC와 모바일에서 할 수 있는 3D 게임 `에픽 오브 더 스리 킹덤` 출시를 서두르고 있고 그리는 5월 이후 샌프란시스코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두 곳을 인수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