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 정주환 써니로프트 대표가 당시 몸담고 있던 기업 넥스알이 KT에 인수됐다. 넥스알의 클라우드 기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KT에 합류하지 않았다. 지분을 정리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대기업 경험은 이미 있기 때문에 다시 큰 조직에 들어가기보다는 직접 창업을 하고 싶었다”며 “스마트폰 확대에 따른 모바일 지각 변동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바일과 소셜 환경을 활용한 신뢰할 만한 정보 유통 채널을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와 네오위즈게임즈 등을 거치며 만난 뜻맞는 동료와 선후배 6명과 함께 작년 4월 써니로프트를 창업했다. 창업 직후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초기 자금을 투자받았고, 줄곧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준비하다 지난 8월 그룹 SNS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에피소드는 가족이나 친구, 동기 등 소수의 친한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한 그룹 SNS다. 정대표는 에피소드 지향점을 “친한 사람을 더 친하게 해 주는 서비스”라고 정의한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SNS가 인기를 끌지만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돼 사용자 피로감이 커졌다”며 “친한 사람과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프라이빗 SNS`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룹 채팅과 사진 공유 등을 강조해 소수의 지인들이 편하게 일상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룹 기능 외에 프로필을 통해 자기표현도 할 수 있게 했다. 미니홈피와 카페를 합친 모습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편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채팅하다 갑자기 큰 글자로 메시지를 날려 주의를 집중시키는 `버럭` 등 소소한 재미 기능도 신경썼다. 좋은 식당을 그룹에 공유하면, 그룹 친구가 근처를 지날 때 알람으로 알려준다. 모임 때 일일이 정확한 위치를 고지하지 않아도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친구가 좋아하는 좋은 가게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도 있다.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 만드는 신뢰할만한 정보를 쌓아가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개별 그룹에서 나오는 정보 양은 제한적이지만, 각 그룹에서 나오는 정보를 모아 분석하면 믿을 만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정보는 믿을 수 있는 정보라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최근 온라인 추천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사람 사이의 유대감과 신뢰를 뜻하는 `라포르`를 온라인에서 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믿을 수 있는 친구로부터 나온 정보를 축적하고 유통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국내외 주요 인터넷 기업에서 실력을 쌓아 온 고수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작업이기도 하다. 써니로프트 창업에는 검색과 클라우드, 대용량 서버 관리와 모바일 광고,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정 대표는 “현재 에피소드 앱이 121개국에서 15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평균 사용 시간은 55분에 이른다”며 “연말까지 사용자 100만명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성혁 에스티앤컴퍼니 대표 추천의 변(辯)=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친구 관계를 활용해 보다 믿을 만한 정보를 만들고자 하는 써니로프트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