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업계, 일본 `특수`잡기에 총력

태양광 업계가 일본 특수에 모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본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고효율제품 중심으로 재편돼 우리나라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본 시장 공략을 당면과제로 내세우고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8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대일본 영업활동이 부쩍 잦아졌다. 일본이 원전사고 후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하고 태양광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태양광 설치물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배경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의존도를 줄이고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를 기점으로 태양광 주요 수요처가 기존 유럽에서 일본·중국·미국으로 넘어가고 2014년 이후에는 세 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일본의 태양광 설치량은 1.3GW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올해 2GW를 넘어 내년도 3GW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에는 4.2GW로 중국(4.1GW)과 미국(4GW)을 넘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일본 태양광 시장의 확대에 따른 이익을 벌써부터 체감했다. 특히 가장 큰 부진을 겪었던 잉곳·웨이퍼 업계가 반전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주택용 시장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시장 특성상 고효율제품 수요가 많다. 저가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용 태양광모듈은 좁은 면적에서 높은 효율을 내야 하고 품질에 민감한 소비자 요구까지 만족해야 해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효율 태양전지 생산에 나선 미쓰비시, 산요, 샤프 같은 메이저기업이 최근 품질을 이유로 중국 제품 물량을 줄이고 한국기업의 고품질 제품 수요를 확대했다.

일본에서 잉곳을 가공한 브릭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 거래가 활성화한 것도 국내 업계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SKC솔믹스, 넥솔론 등 웨이퍼업계는 최근 일본 전기업계와 제품 공급계약 체결을 위한 영업활동에 주력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내 고효율전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과거 끊어졌던 장기공급계약이 다시 성사되는 등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다”며 “일본 시장이 내년에 본격적인 성장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이 일본진출 전략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발전소 건설·운영을 통칭하는 시스템사업과 모듈 판매 사업도 호황이다. 일본 내 모듈제조 및 시스템업체가 많지 않은 것 역시 국내 기업에 기회로 작용한다.

에스에너지는 4분기부터 일본에서 태양광 모듈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 현지 양판점을 통해 4㎿의 매출을 달성했다. 일본 내 연간 판매량은 1㎿ 수준에 불과했다. STX솔라 또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최진석 STX솔라 사장이 직접 일본을 오가며 현지 시장 공략에 총력전을 펼친다. 일본 기업이 득세한 태양전지 분야보다는 태양광발전단지 EPC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일본 전기안전환경연구소의 JET 태양광 모듈 인증을 획득하는 등 준비를 갖췄다. 최진석 사장은 “당장 일본 만큼 좋은 태양광 시장은 없다”며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유선일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