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ZTE를 향한 미국의 견제가 통상 압력 수준으로 확대됐다. 더 나아가면 국가 간 정치적 이슈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두 회사 장비를 미국에서 유통하지 못하게 하고 자국 기업과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은 권고안을 행정부에 건의해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 장비가 사이버 테러에 악용돼 국가 안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했다고 정보위는 밝혔다. 해당 장비가 중국 인민해방군 사이버 부대에 제공됐다는 점과 두 업체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미 하원이 중국산 통신장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와 제재 방안을 담은 권고안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중국 기업은 전면 부인했다. 정치적 의도가 짙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반박이다.
여기서 한 가지 되짚어 볼 것이 있다. 미 의회가 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의도다. 확정적이진 않지만 자국 통신장비 기업인 시스코, 알카텔루슨트, 주니퍼네트웍스 등의 이해와 요구도 맞물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오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더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기존 사례다. 인도가 중국산 장비 도입을 전면 중단했던 배경도 파키스탄 등 국경지역 분쟁에 악용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미국이 자국산 장비를 활용해 1982년 러시아 천연가스 수송관을 파괴하고 걸프전 당시 이라크 방공망을 무력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다.
첨단 장비가 테러나 전쟁에 악용될 여지는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외산 통신장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자국산 대체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