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스마트폰으로 이동통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이제 스마트폰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5년 뒤면 영화 `토탈리콜`에 나오는 투명 디스플레이로 통화하는 `인비저블 폰`이 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인비저블 폰` 이후에는 감정폰(Empathy Phone)과 `브레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CDMA 개발로 우리나라 IT강국의 초석을 놓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부문 연구원들은 미래 폰과 기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김현 책임연구원=미래의 단말이 인비저블 폰일 수밖에 없을까. 이 질문의 대답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사항 변화를 살펴보면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 열풍은 `손안의 작은 컴퓨터`를 실현시켰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킹 능력이 우수하며, 컴퓨팅 능력도 뛰어난 이동 단말을 가지게 되었으나, 그 크기가 다소 커지게 됐다.
사람에 따라 물리적으로 큰 단말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작은 단말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현재 단말은 일대일 정보 교환이나, 주변 네트워크 기기 연결에만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TV, 냉장고, 프로젝터, 센서 등 주변 사물을 지능적으로 연결해 다양한 정보기기들로 활용하기 위해서 사물지능통신 단말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단말은 초소형화되지만 그 기능은 더욱 향상되기를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인비저블 폰을 탄생시킬 것으로 본다.
◇주성순·김민수 책임연구원=인비저블 폰을 우리 손안에 넣기까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개인을 위해 공간 내 기기를 연결하려는 기술은 산업별 표준화 통합 기구나 ITU-T 등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이동통신 기기 간 또는 이동통신 기기와 근거리 무선 단말 간 네트워크 연결 및 서비스 프로파일 연동 표준화도 진행 중이다. 사물인터넷은 ITU-T와 유럽에서 참조모델 표준화와 FP7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인비저블 폰 실현을 위해 필요한 한 공간에 위치하는 유선 단말과 무선 단말을 가상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 내에 있는 것처럼 처리하는 기술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유선 단말과 이동통신 또는 근거리 무선 단말 간 연결은 네트워크 계층 연결보다는 서비스 계층에서 연동이 가능할 것이다.
공간 내 사물을 가상 객체화하고, 이들을 구분하기 위한 식별체계가 필요하며, 가상 객체 간 정보 연동, 의미 기반 사물정보 검색, 상황 인식 기술 등이 개인지능공간 인프라 구현을 위해 확보돼야 할 기술이다.
◇도이미 RFID·USN소자팀장=차세대 전자 산업은 딱딱한(Rigid) 전자기술에서 인간 친화적인 소프트(Soft) 전자기술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PC를 뛰어넘는 빠른 처리속도, 광범위한 호환성을 기반으로 주변환경에 따라 디바이스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경돼 사용자에게 맞춤형 감성 서비스 및 융·복합 서비스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친환경 저전력 단말기술로 진화한다.
고기능성 나노소재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 전자소자 시스템은 고성능의 정보처리, 저장, 전송이 가능한 전자소자, 정보 입출력의 광전소자, 자가 충전형 에너지 소자, 그리고 기기와 인간의 감성까지 연결해 주는 휴먼 인터페이스 소자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차세대 단말 기술은 나노 신소재들의 고성능을 기반으로 전자소자들의 고집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베디드 전자회로가 집적화된 초박형 소자로 유연하고(flexible), 신축성(stretchable) 있고, 변형이 가능한(transformable) 형태를 이룰 것이며, 생체친화형 (Biocompatible), 매몰형(implantable)으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인간친화형 소자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행 책임연구원=미국 엔터테인먼트업체 월트디즈니는 최근 인터액티브 케이크(Interactive Cake) 특허를 등록했다. 이 케이크에는 초소형 프로젝터가 장착돼 있어 케이크 표면에 증강현실 기법으로 영상을 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접근은 인텔 연구소의 스마트 레고 블록 및 주방,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라지 테이블과 유사한 개념이다. 실사물 자체에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를 직접 증강함으로써 실세계에서 사용자의 상호작용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디즈니,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접근에 통신기능을 더한다면 인비저블 폰이 추구하는 가상세계·실세계 연결의 흥미로운 예가 될 것이다. 즉, 케이크에 프로젝터가 직접 설치돼 있지 않아도 환경에 존재하는 입출력 장치와 인비저블 폰의 통신기능을 통해 파티에 참석하지 못한 부모나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케이크 위에 바로 표현할 수 있다.
인비저블 폰은 곧 다가올 지능 환경이 제공하는 인프라, 장치, 상호작용 기술을 연결하여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김상협 책임연구원=감성 인터랙션 기술은 크게 센서 기술, 인지 기술, 인터페이스 기술 및 플랫폼 기술로 나눠 현재 수준과 향후 기술 발전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현재의 센서 기술은 온도, 기울기, 가속도, 영상 센서 등 소자형 소형센서 및 접촉형 센서가 개발돼 있다. 향후 센서 기술은 원칩형 초소형·초정밀 센서, 비접촉형 센서 및 각종 스마트 센서로 발전할 것이다.
인지 기술은 생체신호 및 환경신호, 음성, 움직임, 영상(표정) 등이 개별 및 정형화된 감성인식 알고리즘에 의해 인식되고 있으며, 미래에는 생체, 환경, 음성, 영상, 환경 등 다중채널 기반의 고급 감성 인지 추론 기술로 진화할 것이다.
음성, 멀티터치, 양방향 햅틱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은 모션·제스처, 3D 데스크톱, 상황인지 인터페이스에서 앞으로 의도 인지, 대상 인지, 감성 증강, 3D 모바일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모바일 플랫폼, 3D 기반 실감미디어 재현 플랫폼 기술은 감성서비스 모바일 플랫폼 및 4D 기반 감성 미디어 재현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감성 스마트 제어 및 디지털 오토 플랫폼 기술 등으로 진화할 것이다.
◇김대식 연구위원=기술개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진화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음성을 통한 의사전달이 가능하게 되자 다양한 형태로의 표현(Multimedia, Contents)을 요구하게 됐다. 이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 기술, CODEC 기술과 와이브로 및 LTE 같은 광대역 이동통신 기술 등을 개발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공기나 물처럼 원할 때 원하는 형태로 전달통로와 전달수단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통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형태의 통신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기술로는 앰비언트 네트워크(Ambient Network), IoT(Internet of Things), 미래 인터넷 기술, 전파기술로는 SDR(Software Defined Radio), CR(Cognitive Radio) 기술, 사용자 인터페이스기술로는 고정밀도의 음성인식, 동작인식, 형태인식과 위치인식, 상황인식기술, 그리고 극초소형 센서기술 등이 개발돼야 한다.
단말기를 휴대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IO 디바이스들을 인비저블 폰으로 사용하기 위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과 이러한 기술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법, 제도, 규정 등에 관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채규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인비저블 폰 다음에는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감정폰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초창기 폰을 식물로 비유한다면 현재의 이동통신 단말기를 동물로 비유하고, 그렇다면 미래 폰은 사람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후각과 미각을 더한 `오감폰`, 즉 마음 상태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감성 휴대폰의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몸 안에 심는 휴대폰, 인체통신, 홀로그램 등을 활용한 특정 디바이스 없이도 듣고 통화하는 인비저블 폰이 주목받고 있다.
IBM은 마인드 컨트롤로 작동하는 PC와 전화기를 2016년까지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스마트폰이 원시시대 폰이 될 즈음의 차세대 휴대폰은 뇌 속에 이식 가능한 칩 형태의 휴대폰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은 브레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단지 생각만으로 전화하고 문자를 보낼 수 있으며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뇌파 조종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하고 별도의 디바이스 없이 통증이나 소리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감정폰(Empathy Phone)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하고 싶은 상대방의 얼굴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연결하고 생각만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며 상대와 공유하고 싶은 이미지나 소리 등 보고 들은 것을 생각만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생체 정보를 이용한 감정 전달을 통해 보다 체감적 감성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체에 삽입된 칩은 맥박, 체온, 혈압 등의 각종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질병 예측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현금이나 카드 없이도 결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생각만으로 모바일 콘텐츠에 접속 및 제어할 수 있으며, 별도의 체험 장치 없이도 생체 신호에 자극을 전달함으로써 체감적 피드백으로 통해 보다 실감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