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3> 이제는 시스템반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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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시스템 반도체`라는 산을 넘지 않고서는 더 큰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시스템 반도체가 핵심 부품인 모바일 시장은 앞으로 3~4년내 데이터 트래픽량을 지금의 18배까지 폭증시킬 전망이다. 고속·고성능·저전력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는 이유다.

[연중기획] <3> 이제는 시스템반도체다

시스템반도체 인력양성 현장
시스템반도체 인력양성 현장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 현주소=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주력은 여전히 메모리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시스템 반도체다.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약 4%에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약 64%)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는 기능이 단순하면서 수요가 많아 대규모 투자 기반의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우리나라가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하면 시스템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일례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12%에서 1% 수준으로 급락했지만 시스템 반도체 선두권 업체였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5%p 하락에 불과해 영업이익률 20%를 기록했다. 그만큼 경기변동에 덜 민감하다는 방증이다. 또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고부가가치형 기술로, 원천 기술만 있으면 메모리 반도체보다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기술개발에 총 4248억원을 들였다. 그 결과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성장 기반을 확보, 팹리스 태동 10여년 만에 평균 매출액은 약 900억원에 이르렀다. LCD 구동칩(LDI), CMOS 이미지센서(CIS), DMB 칩, 멀티미디어 칩, 내비게이션 칩 등 일부 시스템 반도체는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구축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정부 과제가 현재 진행중”이라며 “향후 고신뢰 반도체 엔지니어 등 인력 양성 차원으로 정책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기업도 시스템 반도체로 적극 눈을 돌리는 추세다. 올해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규모(7조3000억원)는 사상 처음 메모리 반도체(6조8000억원)를 추월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지난 해 경기도 기흥단지를 시스템 반도체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미국 오스틴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를 확충하는 등 발빠른 전환에 나섰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이어 전체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신뢰 영역 경쟁력 길러야=현재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효자 종목은 단연 `모바일`이다. 그동안 모바일 시장은 퀄컴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일찌감치 모뎀 시장을 독식하며 선두를 달렸지만 지난 2010년 삼성전자가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 62.6%로 1위를 기록하며 서서히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어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시장도 소니에 이은 2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 등 특화된 영역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양상이다. 자동차 전장화가 가속되면서 엔진제어, 텔레매틱스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영역에 반도체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자동차 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 가전 등 모든 전자기기가 고기능 추세로 가면서 칩에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전력 반도체의 중요성도 커졌다.

시장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차량용 반도체는 모바일과 달리 자동차는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만큼 `고신뢰` 반도체를 요구한다. 지금까지 보쉬, 콘티넨탈 등의 해외 기업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배경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자동차 전장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초 `제 2의 보쉬`를 목표로 현대오트론을 출범시켰다. 또 일부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정부 공동 과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차량용 반도체 신뢰도 인증 `ISO26262` 획득을 위한 산·관·학 포럼이 만들어지는 등 우리나라가 산업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완성차 업계에서도 차량용 반도체를 국산화의 마지막 과제로 여길 만큼 관심이 높다”며 “시장이 크고 국산화의 여지가 많은 만큼 국내 차량용 반도체 전문 회사들도 속속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절실=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각 국가별 업계의 특징을 잘 살려 시너지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 LG 등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세트 기업과 부품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트 기업의 부품 내재화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문제는 중소 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팹리스 기업이다. 대기업들의 내재화 추세가 가속화할수록 전문업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최근 들어 스마트기기 시장에 진입한 상위 15개 팹리스 기업들이 내실있는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기업과의 상생모델이 마련되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양질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올해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기본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실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을 통해 핵심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연간 150억 원이 투입된다. 또 시스템 반도체에 새롭게 진입한 창업 초기 기업과 강소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스타 팹리스 사업`을 추진, 이미 지난 해 4개 기업을 지정했고 올해 3개 기업을 새롭게 선정할 예정이다.

특히 전력반도체(PMIC)는 가장 중점적으로 지원할 분야로 꼽고 있다. 전기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전력반도체는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국가적인 지원은 전무했다. 이에 정부는 전력반도체를 지난 해 10월 총리실이 선정한 `생태계 발전형 신성장동력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3100억 원에 달하는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통과되지는 못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력반도체를 활용할 경우 각 분야별 절전율이 모터 30%, 조명 25%, 가전 대기전력 90%, 에어컨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전력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시스템 반도체의 고질적인 문제인 전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학부생 대상 산학 연계 장학금 지원, 대졸인력 재교육 등 다양한 인력양성 정책도 등장하고 있다.

지경부는 오는 2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하는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향후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 중 시스템반도체 비중 추이 (자료: 아이서플라이)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