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에 도전한다] <중>건설기술연구원 `슈퍼브리지 200`

세계 최초, 최고의 기술 개발 연구현장 뒤에는 숨은 얘기가 많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우효섭) SoC성능연구소(소장 김병석)가 최근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해 공개해 관심을 모은 `세상에서 가장 긴 콘크리트 교량 기술`(슈퍼 브리지 200)도 마찬가지다.

건설기술연구원 김병석 소장(왼쪽)이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신콘크리트 강도와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김병석 소장(왼쪽)이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신콘크리트 강도와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한강다리를 교각 없이 놓을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교각 간 한계거리가 1000m나 되기 때문이다. 공사비를 20%나 절감할 수 있다.

남을 따라가는 기술이 아니기에 자연히 R&D 과정에 남다른 고충도 많았다.

`공사비 20% 절감, 교량 수명 200년 확보`는 연구진이 세운 최종 목표였다.

김병석 소장은 “연구진은 사장교 부문 세계 1위 도약을 위해 다소 무모하지만 공격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세계 최고의 경제성을 가진 초고성능 콘크리트 사장교 개발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우선 고가인 초고성능 콘크리트 재료비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결론은 경간장(교각과 교각사이 거리)이 길고 교량의 상부구조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교량 구조물을 고안해야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서해대교 공사비 이하에 맞출 수 있는 답이 안 나왔습니다. 결국은 새로운 교량설계 형식과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서해대교보다 상부구조 공사비 25%, 무게 22%를 줄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더라고 김 소장은 회고했다.

지난 2009년 테스트베드를 제작할 기회가 왔다. 연구진은 고민 끝에 안전한 5m짜리 보도교 대신 전체 길이가 28m 되는 사장교로 설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1차 제작한 부재가 너무 크고 새로운 형식이어서 균열이 발생했다. 잘못하면 예산과 사업이 모두 날아갈 판이었다.

김 소장은 “주변을 설득한 끝에 2차 부재를 다시 제작했다”며 “또 실패하면 정말 수습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동안 풀어낸 문제도 한두 건이 아니다.

재료를 잘 섞을 수 있는 믹서를 자체 개발해야 했다. 또 값싸고 질 좋은 강섬유(철섬유)를 찾기 위해 여러 종류를 수없이 시험하다 보니 강섬유에 찔려 손을 쓸 수 없는 연구원까지 나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연구진은 초고성능 콘크리트 제조단가를 외국산에 비해 5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교량에 최적화한 구조를 찾기 위해 연구진은 교량 제조방법부터 설계, 시공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을 재점검했다.

연구진은 이듬해인 2010년 남해안 섬 연결 조발대교의 턴키 입찰에 적용, 대림건설과 손잡고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이후부터 이 공법은 교량 수주의 비장의 무기가 됐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김병석 소장은 “향후 10년간 적게는 48조원, 많게는 150조원 되는 해외 교량건설 시장 수주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우선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비무장지대에 이 다리를 놓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